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시화·화옹지구 대규모 태양광 단지 조성 계획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가적 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화성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계획이 경기 남부의 핵심 생태축이자 국제적 보전 가치를 지닌 ‘화성습지(화옹지구)’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 정부는 효율성만을 앞세운 속도전에서 벗어나, 생태계 보호와 지역 수용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로드맵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첫째, 화옹지구는 대체 불가능한 ‘국제적 생태 거점’이다.
화옹지구 간척지와 화성습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EAAF) 상에서 수만 마리의 도요·물떼새가 머물다 가는 생명줄과 같은 곳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습지’ 등재가 추진될 만큼 민감하고 소중한 공간이다. 이곳을 단순히 ‘염분이 많아 농사가 힘든 땅’으로 치부하며 태양광 패널로 덮겠다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의 또 다른 축인 ‘생물 다양성 보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가 생명의 터전을 파괴하는 모순을 범해서는 안 된다.
둘째, 지역의 상처와 맥락을 무시한 ‘일방적 통보’는 멈춰야 한다.
화옹지구는 지난 수십 년간 간척 사업으로 인한 어민들의 생계 상실, 수원군공항 이전 시도 등 숱한 외부의 압력 속에서도 시민들과 주민들이 힘겹게 지켜온 땅이다. 기사에서 드러나듯, 현장에서 농사를 지으며 터전을 지키는 이들의 목소리와 복잡한 이해관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지역적 아픔과 시급성을 외면한 채, 과거 토건 시대처럼 책상 위에서 선을 긋듯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지역 공동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셋째, 진정한 탄소중립은 ‘생태계와의 공존’ 위에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화성습지와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희생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화옹지구 내에서도 생태적으로 민감한 구역을 확실히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이미 훼손된 유휴부지나 도심 내 시설을 우선 활용하는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얼마나 정의롭고 생태적인가에 있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은 정부에 건의한다. 화옹지구 태양광 계획을 추진하기에 앞서, 지역 시민사회와 주민, 생태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 정밀 실태조사’를 실시하라. 화성습지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면서도 지역 주민의 삶을 보듬는, 보다 세심하고 민주적인 수정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 4. 23
화성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