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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대기의 Beyond AI ②

빌려 쓰는 자와, 소유한 자
신대기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대외협력 부위원장

 

인공지능 서비스를 쓰다 보면 매달 일정한 구독료가 빠져나간다. 처음에는 큰 비용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이 강력한 도구를 ‘가진’ 것일까, 아니면 그저 ‘빌려’ 쓰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이 질문을 150여 년 전에 던진 사람이 카를 마르크스다. 그는 자본주의를 가장 날카롭게 해부한 인물로 꼽힌다. 정치적 입장이야 어떻든, 그가 남긴 한 가지 통찰만큼은 시대를 건너 유효하다. 부와 권력이 결국 ‘생산수단을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 갈린다는 것이다.

 

생산수단이란 가치를 만들어 내는 밑천을 말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과 기계, 토지가 그것이었다. 그것을 가진 사람은 부를 쌓았고, 자기 노동력만 가진 사람은 그 곁에서 임금을 받아 살았다. 마르크스는 이 구조가 격차를 낳는다고 봤다. 가진 자에게는 자산이 쌓이고, 빌려 쓰는 자에게는 시간이 흐를 뿐이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생산수단은 무엇인가. 공장도 토지도 아니다. 데이터, 알고리즘, 그리고 그것을 굴리는 인공지능 모델 자체다. 문제는 이 새로운 생산수단의 대부분을 소수의 거대 기업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매달 사용료를 내고 그 힘을 빌린다. 편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진짜 가치는 누구에게 쌓이는가.

 

빌려 쓰는 사람의 노력은 대체로 플랫폼으로 흘러 들어간다. 우리가 인공지능에 입력하는 질문과 자료, 사용 기록은 고스란히 그 모델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양분이 된다. 나는 비용을 내고 결과물을 얻지만, 그 거래가 끝나면 내 손에 남는 축적은 많지 않다. 반면 도구를 소유한 쪽에는 데이터와 자산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렇다고 누구나 거대 인공지능 기업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빌려 쓰는 자’에만 머물지 않을 길은 있다. 인공지능 관련 자산에 투자해 그 성장의 일부를 나누어 갖는 것, 인공지능을 활용해 나만의 콘텐츠와 데이터, 기술을 ‘내 것’으로 축적하는 것이다. 핵심은 단순한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가치가 ‘내 쪽에도’ 쌓이게 만드는 데 있다.

 

물론 마르크스가 옳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소유의 격차가 끝내 체제의 붕괴로 이어지리라 보았지만, 자본주의는 그 예언과 달리 끈질기게 적응하며 살아남았다. 거장도 절반은 틀린다. 다만 ‘가진 자와 빌리는 자는 다른 미래를 맞는다’는 그 통찰만큼은, 인공지능 시대에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인공지능은 분명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그 도구를 단지 빌려 쓰는 데서 멈출지, 아니면 그 힘의 일부를 내 자산으로 바꾸어 둘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음 글에서는 세 번째 거장을 만난다. 낡은 것이 무너지는 자리에서 새로운 기회가 태어난다고 본 ‘창조적 파괴’의 사상가, 조지프 슘페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