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가 특례시가 되었습니다. 인구 100만을 넘어선 도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숫자만 놓고 보면 화성은 이미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동탄의 카페에서, 병점의 시장 골목에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같은 말을 듣습니다. "특례시 됐다는데, 뭐가 달라졌나요?" 저는 이 질문 앞에서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이야말로 지금 화성이 붙들어야 할 가장 정직한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하나의 도시, 네 개의 생활권
화성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동탄은 신도시이고, 병점은 오래된 생활 중심지이며, 서부권은 여전히 농어촌의 시간표로 움직입니다. 같은 시민세를 내지만 필요한 것이 전혀 다릅니다.
동탄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가 과밀학급과 통학로라면, 서부권 어르신의 관심사는 버스가 하루 몇 번 들어오느냐입니다. 이 둘을 하나의 정책으로 묶으면 반드시 한쪽이 소외됩니다. 특례시의 확대된 권한은 바로 이 지점에 쓰여야 합니다. 권한이 커졌다는 것은 청사가 커진다는 뜻이 아니라, 생활권별로 다른 답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교통, 여전히 가장 큰 숙제
화성 시민이 하루 중 가장 많이 빼앗기는 것은 시간입니다. GTX와 광역철도가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시민의 하루를 좌우하는 것은 집에서 역까지 가는 15분입니다. 광역 교통망을 유치하는 일만큼이나, 그 노선에 시민이 어떻게 접근하느냐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간선과 지선이 따로 놀고, 마을버스 배차가 출퇴근 시간과 어긋나 있다면 아무리 좋은 역이 생겨도 체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일과 골목의 시간표를 고치는 일은 함께 가야 합니다.
성장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
화성은 계속 자랄 것입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순서입니다. 아파트가 들어선 뒤에 학교를 걱정하고, 입주가 끝난 뒤에 도로를 논의하는 방식으로는 늘 뒤늦습니다. 정주 여건이 개발을 뒤따라가는 구조를 이제는 뒤집어야 합니다.
최근 몇 년간 물류창고 입지나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지역에서 벌어진 갈등도 결국 같은 뿌리입니다. 결정이 내려진 뒤에 설명하는 절차로는 신뢰가 쌓이지 않습니다. 계획 단계에서 주민이 먼저 알고, 먼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행정의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그 편이 결국 빠릅니다.
젊은 도시의 진짜 과제
화성이 젊은 도시라는 사실은 축복이자 부담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세대가 몰려 있다는 것은, 보육과 교육에서 한 번 실패하면 도시 전체가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화성에 필요한 것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 늦게까지 문을 여는 돌봄, 아이가 안전하게 건너는 횡단보도입니다.
도시의 품격은 가장 큰 건물이 아니라 가장 약한 시민이 어떻게 지내는지로 드러납니다. 특례시의 재정과 권한이 향해야 할 곳도 그곳입니다.
듣는 일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화성에서 지역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좋은 정책은 사무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정치가 시민보다 앞서 걸으려 할 때 도시는 길을 잃습니다.
특례시라는 이름은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닙니다. 그 이름값을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지금 화성에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 길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2025년 세계청소년올림피아드4i 운영위원
김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