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동탄 신도시도 성공해야 한다.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절실한 말이다. 화성특례시는 서울로부터의 이동과 지역 간 연계를 모두 고려할 때 균형발전의 선례가 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면 어김없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는 이면에 ‘강남불패’를 더 부추기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수도권 등 지역의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계속해서 규제지역으로 지정한다. 그것은 종종 지역 부동산 시장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폭등하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역설적으로 ‘강남만이 답이다’ 라는 시그널은 더 강해진다. 수많은 규제에도 서울 강남과 다른 지역 간의 근본적인 격차를 좁히지 못해 왔다. 집값 격차는 다른 격차로도 이어진다. 하나의 예로, 어린이 놀이터의 격차가 벌어진다. 강남권에 재건축을 하는 소위 ‘하이엔드’ 아파트의 놀이시설과 몇 년째 보수조차 어려운 공공 놀이시설의 차이만 단적으로 비교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어릴 적 문화 경험부터 지역 주민의 생활 인프라까지 격차가 존재한다. 이처럼 자산의 양극화는 삶의 질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강남불패’ 신화의 가장 무서운 점은 집값 그 자체만이 아니다. 지역의 열패감을 부추기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 강남권 집값 폭등은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면서 외곽 지역의 집값 상승을 규제할 때, 강남으로 집중되는 부동산 문제의 본질부터 반론하기보다는 ‘역시 강남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자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설적으로 묻고 싶다. 강남의 폭등은 불가피한 대세이며 다른 지역의 상승은 예외적이고 바로잡아야 하는 대상인가. 무엇이든 강남이 선도하면 괜찮고 다른 지역이 선도하면 안 되는가.
‘동탄’의 꿈은 처음부터 ‘강남 대체 신도시’였다. 2007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여러 언론 등을 통해 동탄이 강남을 대체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방향을 주장해 왔다. 그로부터 20년이 되어가는 현재, 과연 동탄은 정말 강남을 대체하는 신도시가 되어가고 있는지 돌아볼 때이다.
창조계급과 창조도시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 온,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로트만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단순히 좋은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을 넘어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이제는 더 중요함을 강조했다. ‘강남 대체 신도시’를 꿈꿨던 정부의 20년 꿈, ‘균형발전의 우수사례’를 꿈꿨던 필자의 10년 꿈을 돌아보며, 지금 화성 동탄에는 무엇이 더 필요한지 다시금 돌아본다.
부동산 시장의 ‘수요-공급’ 논리로 보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 상승 요인이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시장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겠다는 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발상인 만큼 규제를 해야 한다. 대신 주민의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이 있다. ‘굳이 이사 갈 필요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크면 학군 때문에 이사 가야 하나, 원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이사 가야 하나, 교통이 불편해서 이사 가야 하나, 지역의 매력이 없으니 주말에도 이동해야 하나. 모두 ‘정주’ 여건에 대해 묻는 질문이다. 지역 사회와 지역 정치는 이 질문에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분명 화성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그 여건을 개선하고자 노력은 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보인다. 아이들이 아무리 학교와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공부해도 AI가 미래를 위협하는 시대에 지역은 기존과 다른 초·중등교육 그리고 고등교육까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의 특색이 아이들의 진로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문화 역시 주민의 여가를 풍요롭게 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만의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매력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 문화재단이 문화관광재단으로 변화하며 관광정책 기능까지 강화되는 만큼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이러한 교육과 문화의 힘이 궁극적으로 일자리의 다양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 지역만의 일자리’도 같이 생각해 볼 때이다.
돈을 벌어 도시를 ‘뜰 궁리’를 넘어 지역에서 성장하며 ‘살 궁리’를 해야 한다. 요동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불패’ 신화를 극복하는 첫 걸음은 지역의 자생력 강화이다. 시설을 좋게 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상상력과 그것을 실현할 의지가 관건이다. 20년이 넘는 균형발전의 꿈, 이제는 그 안에서 ‘완전한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할 때이다.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특례시 제6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전체위원장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전 앵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