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고잔신도시 남쪽에는 사업이 표류되던 자동차 경주장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대규모 고층 주거복합단지가 있다. 신도시 전체로 보면 외곽에 위치해 있으나 기존 신도시 개발 이후 20여 년 만에 새롭게 조성한 곳으로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인근의 화성 송산그린시티 개발이 더 진행되면 시너지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사례는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의 방향에도 시사점을 제시한다. 그간 대규모 물류센터 계획으로 인해 주거지 및 학군 인근의 물류 교통량 증가와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주민의 우려가 컸고, 주민 단체는 이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다. 필자 역시 2024년 11월 주민 집회에 참석하고 발언자로서 앞장서서, 개발에 보다 지혜로운 상상력이 필요함을 말했다. 여러 면에서 감회가 새롭다. 최근 이곳을 공동주택 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지켜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안산 고잔신도시 남측 사동 90블록 주거복합단지와, 화성 동탄2신도시 남측 유통3부지는 그 부지의 모양부터 입지까지 비슷한 면이 있다. 먼저 개발된 사동 90블록의 성장과 한계는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본다.
사동 90블록은 양질의 주거단지를 비롯해 대규모 상가, 학교, 공원, 문화시설 등이 조성된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당초 계획된 쇼핑몰의 조성이 어려워지고 자족성이 아직은 충분하지 못하며 세계정원 경기가든 조성 등이 오랫동안 지연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사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국내에서 주로 고층 주거복합단지 위주로 다양한 복합용도개발(MXD) 사례가 있었지만 대체로 주거지와 근린상가, 학교와 공원 외에 특화된 복합성을 보여준 경우가 거의 없다.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와 관련하여 쇼핑몰 등 다양한 시설에 대한 주민의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단순 공동주택단지를 넘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혁신적인 복합개발에 대한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도시는 계획보다 실제 조성과 운영이 더 중요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는 갈등의 흐름보다 정책의 구체화가 더 중요하다. 필자 역시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 물류센터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 단체의 활동을 함께 응원하고 지켜보며 이를 같이 느꼈다. 갈등이 커질수록 지역 여론의 주목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며 그만큼 정치권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시민 안에서도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가 갈리고 작은 갈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 정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당정치가 존재하는 민주사회에서 당연하고 정당한 방법이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등 다음의 정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필자가 지역사회나 정치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디테일’을 말할 때마다 종종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그런 것까지 살피면 회의 안 끝나요. 집에 갑시다.”
“그런 건 관에서 다 알아서 할 거에요. 피곤합니다.”
쟁점을 통과하기도 어려운데 ‘디테일’까지 살피자면 피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디테일이 어떨 때는 문제의 본질까지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갈등의 크기가 줄어들고 정치권의 시선이 떠나가며 여론의 열기가 약해질 때, 더 중요한 ‘정책’의 눈이 현장을 바라보고 움직여야 한다.
정치와 함께 정책의 시간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시민의 지혜, 현장의 시선으로부터 이뤄져야 한다.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 문제만 놓고 보아도, ‘물류센터만 아니면 된다’로 만족하고 마침표를 찍기엔 아쉬움이 여전히 크다. 유명한 쇼핑몰, 대규모 아파트 단지처럼 익숙한 이야기에만 머문다면 그 역시 개발 회사의 수익 논리나 정부의 주택 공급계획 등과만 맞물려 주민이 온전히 만족할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와 해외의 복합개발 사례 등을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함께 학습하고 해당 입지에 맞는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정치의 현장에서 정책을 말하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다고 여겨지고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다수는 또 다른 정치 갈등의 현장을 찾아 이동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책임 있는 정치라면, 갈등 이후 더 구체적인 절충안과 대안을 생각하며 그것을 실현할 로드맵까지 같이 고민하는 정책이 따라야 한다. 그것이 필자가 시민사회와 지역사회에서 15년, 그 중 동탄에서 10년을 활동하며 꿈꿔온 정치의 모습이기도 하다.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특례시 제6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전체위원장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전 앵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