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와 아리셀참사피해가족협의회, 화성지역 노동시민사회로 구성된 화성시 산재사망 추모공간 노동시민사회위원회(이하 노동시민사회위)는 2025년부터 화성시 산재사망노동자 추모공간 조성을 위해 7차례 협의를 이어왔다. 그 결과 총사업비 5억 원 가운데 2026년 본예산으로 5,500만 원의 추모공간 설계 예산이 확정됐고, 지난 8월 26일 화성시가 디자인업체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그러나 이틀 뒤 공고 내용을 확인한 노동시민사회위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협의해 온 ‘산재사망노동자 추모공간’이 아닌 ‘산업안전 테마의 지역주민 휴식공간’으로 사업의 성격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고 명칭부터 과업지시서 어디에도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취지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산업안전의 무겁고 경직된 이미지를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휴식공간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참가자격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해 사회적 참사와 중대재해를 이해하고 이를 창작으로 표현해 온 예술가와 개인·팀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노동시민사회위는 현재 진행 중인 용역입찰을 즉각 중단하고, 그동안의 협의 내용을 반영해
‘제대로 배운 다음에 시작하자.’ 그렇게 미룬 지 벌써 한참이다. 인공지능을 익혀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강좌를 다 듣고 책을 떼고 나서 하겠다며 하루하루 뒤로 미룬다. 그사이 누군가는 어설프게라도 이미 인공지능을 쓰며 앞서 나간다. 이 미룸의 함정을 90년 전에 꿰뚫어 본 사람이 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20세기 경제학의 흐름을 바꾼 거장이다. 대공황이라는 절망의 한복판에서, 그는 ‘시장이 스스로 회복되기를 기다리자’는 주류의 조언에 정면으로 맞섰다. 유명한 그의 일갈이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였다. 먼 미래의 균형을 기다리다가는, 당장 오늘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는 뜻이다. 케인스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냉철한 계산만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는 그것을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 불렀다. 모든 조건이 완벽해지기를 기다린 뒤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 불확실해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경제를 굴리고, 개인의 삶을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이 통찰은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변한다. 완벽하게 통달한 뒤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영원히 시작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도구는
미담플러스 박상희 기자 30여 년간 현장을 지켜온 존경하는 언론인과 마주 앉아 차를 나누던 날이었다. 묵직한 취재 경험과 언론에 대한 고찰이 담긴 조언들이 오갔고, 그 시간 자체만으로도 후배 기자로서 큰 배움이자 감사한 자리였다. 찻잔을 비우고 일어서던 순간, 선배 언론인이 툭 던진 마지막 한마디가 유독 오랜 여운을 남겼다. "경찰은 둘이 다니는 '투캅스'잖아요. 그런데 기자는 혼자예요." 당시엔 그저 취재 현장의 고단함이나 기자의 고독한 숙명을 뜻하는 말이려니 넘겼다. 그러나 몇 주가 흐른 오늘 아침, 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왜 기자는 홀로 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취재원이 마음의 빗장을 풀고 진솔한 내면을 꺼내놓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자 본질이다. 하지만 누군가 곁을 지키고 있는 다자간의 대화 속에서 과연 인간의 가장 밑바닥, 그 깊은 심연까지 가닿는 소통이 가능할까. 깊은 울림을 주는 대화는 오직 일대일의 진실한 눈맞춤 속에서만 꽃을 피운다. 취재원의 가장 내밀한 고백을 온전히 받아내기 위해 기자는 홀로 걸어야 하고, 스스로 우뚝 서야만 한다. '어떻게 해야 좋은 기자가 될 것인가', '
십여 년을 함께한 반려견 포메라니안 남매 슈와 로사가 지난봄, 융건릉 부근 주말농장에서 풀려 나온 진도견에게 연이어 물려 끝내 세상을 떠났다. 첫 사고 직후 목줄 착용과 울타리 보강을 요청했음에도 안전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2차 사고로 이어졌다. 나는 특정 개인이나 품종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초기 대응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기에, 견주의 책무와 행정의 예방 체계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 생활권 내 방견 금지는 기본 책무다 사고 지역은 상가와 나들이객이 붐비는 일상 생활권이다. 야생동물로부터 가축을 지키려는 목적이라 해도, 개가 지정된 울타리를 벗어나 행인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견종이나 크기와 무관하게, 자신이 기르는 동물이 다른 생명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은 모든 보호자의 최소한의 의무다. ■ 도농복합 화성시에 걸맞은 ‘예방행정’이 필요하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화성특례시의 특성상 마당견과 농장견에 대한 동물등록, 중성화, 유실 방지 관리가 더욱 촘촘해야 한다. 단순 홍보를 넘어 안전 펜스 설치 지원과 보호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물림이나 위협 사례가 단 한 번이라도 신고된 곳은 즉시 현장을 점검하고 안전
동탄 신도시 개발이 가져온 그늘, 오산천을 위협하는 '불투수면 폭탄' 여름철 집중호우 때마다 오산시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오산천 범람 위기는 더 이상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닙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호우가 일상화된 가운데, 상류 유역의 급격한 도시 개발과 분절된 물관리 체계가 불러온 전형적인 '인재(人災)'이자 구조적 재난입니다. 축구장 3,000개 규모의 콘크리트, 빗물의 길을 막다 오산천 상류에 조성된 동탄 1·2 신동탄의 전체 면적은 약 33.05 km²에 달합니다. 과거 80% 이상이 자연 녹지와 농경지였던 이 지역은 개발 이전 불투수율이 10∼20%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불투수면) 로 덮인 신도시로 변모한 지금, 불투수면 비율은 67%로 급증했습니다. 면적으로 환산하면 무려 21 km², 축구장 3,000개에 달하는 땅이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땅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시간당 50 mm 이상의 폭우가 내리면 빗물이 땅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우수관을 통해 초고속으로 오산천 오산시 구간으로 단시간에 쏟아져 들어옵니다. 빗물이 하천에 도달하는 '도수 시간'이 극도로 단축되면서, 하류 오산시 구간은 골든타임을
안산 고잔신도시 남쪽에는 사업이 표류되던 자동차 경주장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대규모 고층 주거복합단지가 있다. 신도시 전체로 보면 외곽에 위치해 있으나 기존 신도시 개발 이후 20여 년 만에 새롭게 조성한 곳으로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인근의 화성 송산그린시티 개발이 더 진행되면 시너지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사례는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의 방향에도 시사점을 제시한다. 그간 대규모 물류센터 계획으로 인해 주거지 및 학군 인근의 물류 교통량 증가와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주민의 우려가 컸고, 주민 단체는 이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다. 필자 역시 2024년 11월 주민 집회에 참석하고 발언자로서 앞장서서, 개발에 보다 지혜로운 상상력이 필요함을 말했다. 여러 면에서 감회가 새롭다. 최근 이곳을 공동주택 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지켜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안산 고잔신도시 남측 사동 90블록 주거복합단지와, 화성 동탄2신도시 남측 유통3부지는 그 부지의 모양부터 입지까지 비슷한 면이 있다. 먼저 개발된 사동 90블록의 성장과 한계는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본다. 사동 90
화성시 문화예술의 현주소 - 특례시 화성, 우리는 문화도시인가 화성은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인구 100만을 넘어 특례시로 도약했고, 곳곳에 아파트와 도로가 들어서며 도시의 지형도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한때 서울과 수원의 외곽으로 여겨지던 화성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요 거점 도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는 어떨까요. 도시의 외형이 커진 만큼, 시민이 누리는 문화의 크기와 깊이도 함께 성숙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화성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하나씩 짚어보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지금 화성의 문화예술은 어디쯤 와 있는가"입니다. 100만 특례시, 문화의 기준도 달라져야 합니다 도시의 규모가 커질 때 필요한 것은 주택과 도로만이 아닙니다. 학교와 병원, 공원과 체육시설이 요구되듯, 공연장과 전시장 그리고 일상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생활 속 문화공간 역시 필수적입니다. 문화는 삶의 여유가 생긴 뒤에야 찾는 일종의 사치가 아닙니다. 음악을 듣고, 공연을 관람하고, 미술을 마주하며,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경험은 시민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제 화성의 문화정책 역시 100
화성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입니다. 평균 연령이 낮고, 아이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동네. 다른 도시들이 부러워하는 이 젊음은 그러나 저절로 주어진 축복이 아닙니다. 젊은 도시라는 말은, 곧 이 도시가 수많은 아이와 그 부모의 삶을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난 두 번의 글에서 도시의 큰 틀과 교통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이 도시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그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교실이 부족한 신도시의 역설 동탄의 한 학부모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학군을 보고 이사를 왔는데, 막상 아이 반이 서른 명을 훌쩍 넘더라는 것입니다. 신도시의 역설입니다. 사람이 몰릴 것을 알면서도 학교는 늘 한발 늦게 지어집니다. 아파트가 먼저 서고 아이들이 먼저 태어난 뒤에야, 교실과 교사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 순서의 문제입니다. 개발 계획을 세울 때 학교와 돌봄 시설을 뒤에 배치하는 오랜 관행이 만든 결과입니다. 젊은 도시 화성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바로 이 순서입니다. 집을 짓기 전에 아이가 앉을 자리를 먼저 계산하는 도시. 그것이 진짜 젊은 도시의 조건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