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큼 제대로 쓰십시오!

  • 등록 2025.08.31 11: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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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빈 조국혁신당 경기도당 청년위원장

 

얼마 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필자가 지역에서 평소 알던 사람을 통해 연락처를 받아 전화했다고 한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 고민이 있는데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얼마나 고민이 되면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연락할까 생각하고, 꽉 차 있는 일정에서 따로 시간을 마련했다.

 

한 시간 남짓의 대화에서 그 주민은 수많은 자료를 갖고 나와 설명했다. 이걸 알면 박사급이 될 거라고, 이미 박사과정을 마쳐가는 필자 앞에서 긴 시간 강의(?)를 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실현이 불가능한 민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질문했다. “선생님, 해결을 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민원 넣는 행위 자체로 만족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 않을지요?” 그 주민은 본인에게 이미 답이 다 있으니 걱정 말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필자는 왜 필요한 것일까. 수많은 공공기관을 움직이고 주민의 힘을 모아야 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이를 위해서는 정당과 같은 정치 조직에서 활동하며 함께 뜻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방법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 필자를 어떻게든 ‘소모’하기만 하면 그만이겠구나 하는 생각은, 그 다음날 후원금까지 요구하는 모습을 보며 더 강해졌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누군가에게 단체 후원 등을 요청하는 건 어느 정도 소통하고 서로 신뢰가 쌓인 후에야 하는 일인데, 저렇게 담대해야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용히 고사를 하며 애써 불편한 감정은 감췄지만, 마음 한편에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과연 그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 해결 자체가 그에게 정말 의미 있을까.

 

정치를 멀리하고 우회하는 이상 수많은 문제와 민원은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정치 참여가 투표에만 국한되면 평소에는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선거 운동만이 정치 참여라면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이 안타깝게 인식하는 것처럼 정치가 색깔을 놓고 싸움만 하는 것처럼 보이면 정치는 불편한 것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말하며 참여 민주주의를 역설했지만, 일상에서 국민이 삶의 문제를 정치로 잘 해결하는 것은 여전히 낯설다.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 소통과 협의의 방법인 ‘정치’를 밀어내버리면 남는 것은 각자도생이거나 소수 권력에 의존하는 방법뿐이다.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망치거나 누군가의 시혜만을 바라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정치를 멀리할수록 우리 삶의 궁극적인 결과는 불편해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민주주의, 즉 국민이 주인인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민이 의사결정의 주인인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의사결정의 일을 하는 정치를 주권자 국민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치에 실망하는 국민이 정치의 장 밖으로 나가버릴수록 정치는 양극단으로 치닫는다. 유권자 백 명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균형과 배려를 말해야겠지만 유권자 열 명만 설득해도 된다면 극단적 지지자 일부만 경선 투표장에 나오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는 국민에게 더 껄끄러운 존재가 되고 유권자의 분모는 계속해서 줄어들지도 모른다. 정치가 여전히 법과 예산으로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데 정작 참여하는 사람은 계속 줄어든다면 결국 정치는 국민의 실질적인 삶과 괴리될 것이다. 힘겹더라도 지역에서부터 누가 실제로 대안을 제시하고 일할 사람인지 우리 스스로 질문하고 소통해야 한다.

 

국민이 정치에 다시 마음을 열도록 하는 첫 걸음은 정치를 삶의 문제, 즉 정책으로 풀어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필자가 조국혁신당 경기도당 청년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시작하고 조국혁신당 경기도당 청년위원회는 함께 10여 회의 정책 공론장을 준비하여 며칠 전 시작했다. 몇십 몇백 명을 모으는 조직 동원과는 결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의 문제에 답하며 흐름을 만들어가는 정치가 오히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지를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이 믿음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등에서 조직력과 전문성이 있는 인재들을 정당으로 계속 모시고 있다. 지류가 모여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될 것임을 믿는다.

 

최근 미디어에서 귀농 청년의 고충에 관한 내용을 보았다. 좋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지방으로 갔을 때 이들이 겪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동네에서는 그들을 그저 마음껏 부려도 되는 ‘심부름꾼’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한 귀농 청년이 지역에서의 갑질과 부당한 대우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지역에서 청년의 역할을 더 크고 미래지향적으로 볼 수는 없었을까. 특히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불편하다고 외면하기보다는 그 중요성을 더 깊이 인식하고 함께해야 한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정치도 정치인도 필자도 ‘쓸 만큼’ 그리고 ‘제대로’ 쓰시라고 수많은 지역 주민에게 계속 권하는 이유이다.

 

백현빈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 화성특례시 제6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전체위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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