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또 만석인 버스를 몇 대 보내야 한다. 승객 안전을 위해 버스 입석 금지를 시행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경기도민의 입장에서 주말에 버스 배차간격은 길어지는데 타는 수요는 여전히 많으니 앞 정류장에 사람이 조금만 많아도 만석인 버스를 몇 대씩 보내거나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시민 상당수는 여가를 위해 주말에도 서울로 이동한다. 도시의 겉모습만 보면 번듯하니 ‘지역에서도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확실히 아직도 지역의 ‘매력’은 부족하다.
화성, 특히 동탄신도시 지역은 최근 여러 개발 이슈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동탄2신도시 남쪽 물류3부지에는 대형 물류센터 조성에 관해 시민의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다. 동탄1신도시 메타폴리스 2단계 부지는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개발의 방향을 잡은 듯하지만 결국 대규모 주상복합 위주로 조성될 예정이라는 소식에 ‘또 공동주택인가’하는 시민의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외에도 동탄2신도시 유보지나 광역 비즈니스 콤플렉스도 아파트가 상당히 많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동탄테크노밸리 여러 지식산업센터의 공실은 여전하다. 아파트, 물류센터, 공장 및 지식산업센터 등은 분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민간 개발사의 입장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일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는 ‘나쁜 경험’이 있다고 본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여러 실험적인 도시개발이 대부분 실패했다. 필자의 기억에 남는 것만 해도, 부산 강서구에서 영어도시를 테마로 외국 MBA과정까지 연계하려 했던 민간 개발 사례, 청주시나 천안시에서 추진했던 복합개발 사례, 고양시와 용인시 등에서 다양한 주거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설계를 특화했던 민간 개발 사례 등이 있다. 이들 모두 한때 극심한 미분양에 시달리거나 개발계획이 대폭 변경되는 등 고충을 겪었다. 지나치게 과한 콘텐츠와 그것을 뛰어넘는 고분양가가 문제라는 교훈을 준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후 부동산 시장은 더 극단적이었다. 건설사들은 최대한 원가를 절감하며 ‘잔디광장-석가산-파고라’ 식으로 이어지는 비슷비슷한 공동주택을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좋은 집의 기준은 삶의 질이 아닌 입지가 되었다. 그것도 철저히 서울 접근성이 중심이 되었다. 집의 모든 가치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평가되기 시작헀다. 취업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청소년들이 의학, 법학 등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분야에 몰리는 것처럼,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니 모든 기준이 서울, 강남, 역세권 등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정치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에서도 이분법적인 갈라치기를 보였다. 역세권인가 아닌가, 서울인가 아닌가, 강남인가 아닌가로 나누는 구분은 시장 전반에 불안을 더 키워가고 있다. 강남권 일부 아파트가 이제 3.3㎡당 2억 원을 넘어가는 양극화가 이를 말해준다. 좋은 도시문화, 주거문화가 아닌 특정 지역에 대한 접근성이 도시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그저 비판만 할 문제가 아니다. 2008년 이후 15년 넘는 시간 동안 공공과 민간 모두 아직도 도시의 ‘매력’을 살릴 전략을 온전히 구현하지 못했음을 성찰해야 한다.
민간이 다시 창의적인 개발을 할 수 있는 인식 개선과 분명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지역의 매력을 창출하는 민간 개발의 비용을 온전히 고분양가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촉진하고 매개하며 지원해야 한다. 마지못해 비실비실한 나무 몇 그루 심고 벤치 갖다 놓는 기부채납 공원, 예술 전문가 입장에서 사용이 힘든 형식적인 강당이나 공실 수준의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차원을 뛰어넘도록, 도시가 도와야 한다. 동탄2신도시 물류3부지의 경우 기존의 ‘장보기 쇼핑몰’이 또 들어오면 대규모 물류센터보다 수익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 요즘 대두되는 ‘경험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경험 쇼핑몰’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동탄2신도시 유보지의 경우 대학병원 유치를 위해 개발사가 공동주택 단지와 연계 개발하도록 하였는데, 예방의학을 기반으로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한 컨시어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주거 단지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동탄1신도시 메타폴리스 2단계 부지에 주상복합 형태로 주택과 상가만 들어온다면, 현재도 인근 상가의 공실과 침체가 있는데 상업시설의 침체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에 이미 잘 갖춰진 현대적 문화자원을 어떻게 이곳에 연계하고 통합할지 고민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자체 등 공공의 입장에서 민간 부문이 이런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촉진하고, 민간 기업 등은 그런 상상력을 개발 과정에 충분히 반영하여 그로 인해 지역 전반이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도시의 매력이 살아난다. 이제, 주말만큼은 지역에서 충분히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