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방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해봅니다.

책을 구입할 때 다섯 권 중 네 권은 지금처럼 yes24와 알라딘과 쿠팡을 이용해 주세요. 그리고 한 권은 살고계신 동네의 작은 서점에 주문해주세요. 책방을 사랑하신다면 다섯 번 중 한번은 불편을 감수해달라고 감히 요청해봅니다.

"책방을 운영한다"라고 하면, 다들 "좋은 일을 한다"라고, "낭만적인 일을 한다"라고, "나도 언젠간 작은 서점을 열고 싶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하지만 그분들도 책은 결국 인터넷으로 구입하시지요. 탓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어찌 보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개인들의 지극히 당연한 선택입니다. 빠르고 저렴하고 편리하기까지 하니 이전의 방식은 사라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지도요. 합리적 소비의 차원에서 보면 경쟁력이 전혀 없습니다.

경쟁력이 없는 곳이 사라지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상 자연스럽잖아요. 그렇지만 책방이 사라지면 또 아쉬워하실 것을 알아요. 학교 앞 문방구, 떡볶이 팔던 작은 상점, 동전을 주고 콩나물이며 두부며 사 오던 동네 슈퍼,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수선집, 그동안 사람 냄새나던 많은 곳이 편리한 곳으로 대체되고 사라졌어요.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아쉽더라고요. 사라지지 않고 변화해가는 세상의 한 켠에 조용히, 방해 안 되게 자리하고 싶다면 그것도 욕심일까요? 저는 아직 책방을 접을 생각이 없지만 하나둘 동네서점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슬플 수밖에요.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섭섭할 때도 있습니다.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도 여러분은 요즘도 꾸준히 책을 보시잖아요. 그런데 그 책, 혹시 어디서 구입하셨나요? SBS 본다고 MBC 안 보는 게 아니듯, 책방도 채널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주시면 책방에도 우리가 연결 되어있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어요.

그러니 네 번은 지금처럼 온라인 대형서점을 이용해 주시되, 한 번 만큼은 살고 계신 지역의 서점을 이용해주세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오프라인 책방을 찾고 이용한다는 자부심마저 사라진다면 작은 서점들은 더 많이 사라질 것입니다. 책방을 찾아주세요. 그곳에서 발견한 책을 인터넷으로 사신다고 해도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다양한 책에 닿길 바라는 마음에 책방을 하는 것이기에, 독서생태계에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책방을 운영하고 있기에, 이곳에서 본 책을 다른 곳에서 구입하신다고해도 저는 받아들이지요. 그러나 다만 다섯 권 중 한 권 만큼은, 다섯 번 중 한번 만큼은 동네책방에게 기회를 주세요. 여전히 살아있고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요. 불편을 감수해주신다면, 전국의 책방지기들은 그 노력을 응원으로 받아 언제든 따뜻한 환대로 보답할 것입니다.

무례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비오는 12월에 모모 책방 지기 강진영 드림.

모모책방 소개

모모책방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6년 차 독립서점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3년 9개월째 운영 중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다양한 책이 존재 해야 한다"라는 믿음으로, 베스트셀러만이 아닌 다양한 책을 소개합니다. 찾으시는 책은 없을 확률이 높지만, 책방지기의 취향과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책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소: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오래3길 7, 상가 1층

연락처: 070-4225-5084(전화 후 방문 추천)

인스타그램: @momo__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