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바람은 언제나 걸음을 멈춰 세운다. 바람 끝이 차가워지면 비로소 한 해를 되돌아볼 마음의 자리가 생긴다. 초겨울의 문턱에서 열린 화성 문학 출판기념회가 그러했다. 아직 완전히 겨울이라 부르기엔 이르지만, 가을의 여운은 수그러들고, 공기 속엔 묘한 정적이 깃들어 있다. 오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결실을 나누었다. 문학인의 자리는 언제나 따뜻하다. 화성 문학지에서의 종이 냄새와 잉크의 향, 낭송되는 시의 울림,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언어의 온기가 그 어떤 축제보다 부드럽다. 문학이란 결국 사람의 온도를 회복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화성 문학의 회원들이 만들어가는 이 작은 문학의 장은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오늘 류순자 님의 진행 속에는 각자의 삶을 진실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다. 그 마음의 온기는 문학의 본질이자 인간의 본성에 닿아 있었다. 행사는 최기봉 님의 하모니카 선율로 문을 열었다. 소박한 악기였지만, 그 소리는 오래된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음표마다 묻어나는 숨결 속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었다. 연주자의 눈빛은 반짝였고, 그가 파크골프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깨달음이 스쳤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학교가 세월의 적막 속에서 잠들었다가, 이제 창문아트센터로 다시 깨어나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복합공간으로 거듭났다. 이번 김채웅·함선주 초대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닌, 이 공간이 품은 시간의 흔적과 정서를 예술로 되살리는 응답이자 기억의 복원이다. 사라진 아이들의 목소리와 잊힌 시간의 결을 불러내며,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감성의 장을 펼친다. 김채웅 작가는 70~80년대 골목과 아이들의 놀이, 일상의 풍경을 통해 공동체적 기억과 인간적 유대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 속 웃고 뛰노는 아이들은 특정 시대를 넘어, 우리가 잃어버린 ‘함께 살아가는 시간’의 상징으로 확장된다. 향수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화와 단절이 깊어진 오늘의 사회 속에서 공동체적 온기와 삶의 리듬을 되새기게 한다. 함선주 작가는 생명과 존재, 여성의 몸을 매개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탐구한다. 그녀의 화면 속 잉태와 탄생의 이미지는 생명의 신비와 고요한 시간의 경이를 표현하며, 삶의 존엄과 관계의 의미를 사유하게 한다. 또한 가족과 돌봄, 연대의 가치를 상기시키며, 생명이 자라기 위한 사회적 울타리로서의 공동체를 은유한다. 두 작가의 시선은 서로 다
화성특례시가 행정개편안을 예고했다. 얼마전 화성특례시의회 김종복 의원의 ‘저출산대응과’ 신설에 대한 기고를 보았다. ‘저출산대응과’의 신설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출생율 1.1%의 화성특례시에 ‘저출산대응’을 위해 과를 신설한다는 것이 어떤 내용적 변화가 있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여 릴레이 기고에 참여하기로 했다. 행정개편안의 내용을 찾아 보고 현행과 비교하며 개편안에서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현행부터 살펴보면 우리 화성특례시는 여성관련 행정을 복지국에서 담당해 왔다. 복지국 산하의 소관부서를 들여다 보면 실제로 '여성친화도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여성시민의 권리와 권익, 안전, 일자리 등을 고민하는 부서는 여성다문화과가 유일하다. 행정조직명 안에서 여성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고, 여성관련 사업을 복지국에 둔다는 것은 여성시민의 권리와 권익, 안전, 일자리 등을 담당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신설되는 ‘저출산대응과’에서 다룰 업무로 판단되는 결혼과 임신지원 사업들은 현행은 ‘아동친화과’에서 소관하고 있다. 세부사업으로 ‘결혼 축하 수저세트 지원, 예비 신혼부부 건강검진, 국민행복카드(건강보험 가입자), 임신·출산 진료비(의료급여) , 임신
가슴에 가을 바람이 붙어온다. 서늘하면서도 맑은 기운이 폐 끝까지 스며든다. 이 아침, 가을이 노래를 부르며 조용히 다가와 마음을 흔든다. 시간은 낙엽처럼 흘러가고, 계절은 잠시 머물다 또 다른 문턱을 향해 걸어간다. 특별히 해놓은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놓친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문득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마음이 저릿할 때가 있다. 누구나 그러하듯 안정된 삶의 울타리 안에서 자식들이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보람을 느낀다. 그것이면 족하다고 자신을 스스로 다독인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예고 없이 굽이친다. 가까운 지인의 부친이 치매로 세월을 견디는 모습을 보며,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인간의 유한함’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칠 년 전, 그날따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던 가을밤이었다.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지인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오후 일곱 시쯤 집을 나가셨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간절한 눈빛 속에는 두려움과 절망이 교차했다. 부친의 인상착의와 치매 증상,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는 사실을 급히 확인하고, 전 직원과 함께 인근 농로와 하천, 마을 구석구석을
10월 24일 화성특례시청 홈페이지에 「화성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입법예고 (화성시 공고 제2025-4651호) 되었다. ‘26. 2. 1. 구청 체제 개편에 따라 동부·동탄출장소 폐지 및 만세구·효행구·병점구·동탄구(4개 구청)를 신설하여 대민·관리·지도점검 등 기능은 구청으로 이관하고, 본청 기능 통폐합 및 재편하여 효율적인 조직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개정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개정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소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첫째, '여성다문화과'에서 '저출생대응과'로의 명칭 변경에 대한 우려가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양성이 평등한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애써 온 여성다문화과의 업무를 저출생대응과에서 추진한다는 개정안은 그동안 화성시가 추진해 온 여성정책의 근본적인 지향점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여성다문화과가 그동안 수행해 온 여성정책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성별 격차 해소, 안전하고 자유로운 삶 보장을 목표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저출생 대응이라는 프레임 속으로 편입될 경우, 여성이 출산 정책의 수단으로 취급되거나 가임기 여성 중심의 정책으로 축소될 우려가 있다. 만약 정책 우선순위가 출산율 위주
이른 아침, 창문 밖으로 익은 감빛 햇살이 스며든다. 바람은 서늘하고, 먼 들녘엔 국화 향이 은근히 번진다. 커튼 틈새로 들어온 빛이 방 안을 살짝 물들이고, 하늘의 구름은 느릿하게 흘러간다. 이렇게 고요한 순간마다 내 마음의 온도 또한 천천히 익어간다. 아침의 정적은 언제나 내게 한 편의 기도와 같다. 시계의 초침마저 조용히 멈춘 듯, 세상은 잠시 말을 아낀다. 그 시간 속에서 스스로 숨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준비한다. 아직 세상의 소음이 닿지 않은 시간, 그 적막의 틈에서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가 깨어난다. 요즘은 책을 읽는 시간이 좋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혼자 머무는 그 순간이 좋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이 가라앉고, 세상의 소음이 멀어진다. 그때 비로소,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며칠 전 읽은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라는 책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원로 작가 101인의 가상 유언장을 엮은 책인데, 한 작가는 “글과 행동이 하나가 되지 못한 삶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라고 고백한다. 작가적 양심을 지키지 못한 채, 변명과 미사여구로 자신을 꾸며온 세월을 참회하는 대목에서 오랫동안 침묵으로 묵상에 들었다. 그 고백이 내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최종현, 수원7) 은 의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도지사의 대법원 제소와 재의요구에 유감을 표한다. 경기도가 제386회 제4차 본회의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의결된 ‘경기도 환경영향평가 조례 전부개정 조례’와 ‘경기도 조정교부금 배분 조례 일부개정조례’ 의장 직권공포에 대해 재의요구와 대법원 제소를 강행했다. 민선 8기 들어서만 재의요구가 벌써 5건이나 된다. 더군다나 특조금 조례의 경우 재의결된 조례의 법적 기한을 지키지 않고 뭉그적거리다 의장이 지방자치법 32조 6항에 따라 직권공포하자 대법원에 제소하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이는 의회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행위다. 협치는 신뢰와 존중이 함께할 때만이 굳건하게 실행될 수 있다. 김동연 지사는 지금까지 무분별한 재의요구와 대법원 제소에 대해 되돌아 보고, 의회와 진정한 소통과 협치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2025년 10월 14일(화)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화성시에 ‘마을만들기 조례’가 제정된 지 어느덧 10여 년이 넘게 흘렀다. 그 이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좋은 동네 아카데미’는 현재 주민자치회의 주민총회와 의제 발굴의 토대가 되었고, 이후 화성 마을만들기 조례가 만들어진 마을자치의 초석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초록대학 등 농촌지역에서 시작된 다양한 마을 활동들이 주민자치위원회와 결합하면서, 화성은 제도와 마을자치 활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드문 사례를 만들었다. 필자 역시 지역에서 마을활동을 이어가다 주민자치회에 합류한 이들 중 하나였다. 시로 승격하고 20년 동안 화성은 도시의 급속한 확장과 함께 육아, 교육, 돌봄, 복지, 재생, 다문화 등 사회문제의 스펙트럼은 넓어지고 복잡해졌다. 지금의 행정의 역할만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를 함께 해결하고 보충해주는 민간 시스템은 지역사회가 어려울 때마다 작동해 주었다. 지난 20년간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 주민조직, 중간지원조직 등은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화성시의 제도와 정책은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로 이원화되어 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직접 계획을 세우고 주민총회를 통해 결
동탄에 오기 전 두 개의 건설사에 대한 깊은 인상이 남아 있다. 하나는 필자가 살았던 집을 시공한 건설사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과 무관한 어느 대형 건설사이다. 전자는 중견 건설사로 브랜드는 그다지 인지도가 있지 않은 편이었다. 분양 당시 여러 가지 여건이 꺼림칙했지만, 교묘한 과장광고와 입소문 마케팅으로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 당시 신축 공동주택에서 처음 열풍처럼 불기 시작한 입주 ‘예정자’ 모임은 전체 입주예정자 중 극소수의 조직으로 건설사를 휘둘렀고, 놀라운 것은 건설사가 거기에 휘둘렸다. 아직 다 지어지지 않은 집에 분양받은 다수가 무관심한 동안 건설사는 그 소수에 휘둘리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듯 숱한 설계변경을 했고 마침내 오시공 미시공 투성이로 집을 준공했다. 원칙 없이 휘둘리는 동안 소수에게는 특혜가 갔고 다수는 피해를 보았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과정에서 건설에 대해 스스로 몰입하여 공부하고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대기업 건설사의 초청 프로그램에 참석하였다. 당시 필자의 나이는 스무살이 채 되지 않았다. 집에 대한 구매력이 없는 나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건설사는 자
최근 발생한 정명근 화성시장을 비롯한 공직자에 대한 폭행 사건은 민주적 사회의 기본질서와 지방자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화성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은 깊은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시민은 누구나 법이 보장하는 절차에 따라 민원을 제기하고 용도변경 등 행정행위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한 권리 행사가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테러로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불만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공직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 반사회적 범죄 행위입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우리 사회에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화성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은 폭력과 불법에 의존하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배격합니다. 우리는 오직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만 시민의 목소리가 존중받고, 합리적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정치인을 비롯한 공직자에 대한 폭력과 협박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안전한 의정 환경 조성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화성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은 폭력 없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