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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는 왜 DDP가 없을까?_ 연속기고 12>

백현빈 / 조국혁신당 경기도당 청년위원장

 

여당의 한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 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해체하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진영의 논리를 떠나, 반드시 재고해야 할 공약이다. DDP 외의 상권이 침체되는 것을 DDP 철거로 푸는 것은 타당한 대안이 아니다. 보여주고 알려주는 것을 전시 행정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진보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

 

DDP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으로서, 그 컨셉이 '환유의 풍경'이다. 실제 연관된 여러 개념을 이어주는 비유로서의 '환유'는 단순히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접근에 비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역의 콘텐츠를 비슷비슷한 홍보물이나 노골적인 홍보시설 위주로 남기려는 우리의 관광 현실에서, DDP는 자세히 볼수록 내면에서 천천히 흐르는 '환유'를 경험케 한다. 그 자체가 새로운 상징이자 랜드마크가 된다. DDP 방문객이 연 평균 천만 명을 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렇게 많은 방문객을 인근으로 이어지게 하는 더 촘촘한 전략이 필요하다. 물건을 넘어 경험을 살 수 있어야 비로소 오프라인으로 향하는 현실을 읽고 인근 상권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단순히 DDP 건물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DDP가 가진 전시행정 성격에 대한 비판은 일부 이해하나, 정말 '전시'가 필요한 행정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솔직히, 그리고 냉정하게, 강남이 아닌 지역에서 이처럼 직접적인 유선형의 첨단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는가. 수십 억이 넘는 강남 아파트는 '그들만의 성' 안에서 온갖 '국내 최초'의 첨단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반면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이 사는 지역에서는 뻔한 놀이터조차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폐쇄되는 곳도 있고 농어촌에는 그 흔한 운동기구 하나 변변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공공건축이나 조경 역시 원가 절감의 원리에 충실한 나머지 천편일률적인 경우가 많다. DDP라는 '전시' 건축은 서울 강북권에 독자성을 가진 랜드마크로서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그런 건축물을 해체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미국의 시인이자 변호사였던 월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는 자신의 시 "특별한 여섯 가지 풍경(Six Significant Landscape)"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사각모자를 쓴 이성주의자들이/사각형의 방에서 생각에 잠겨/바닥을 응시하고/천장을 바라본다./그들은 직삼각형 안에/자신을 가둔다./마름모에 들어갔더라면/원뿔과 물결선, 타원에 들어갔더라면/예컨대 반달 같은 타원에 들어갔더라면/이성주의자들도 챙이 넓고 장식이 요란한 모자(멕시코의 '솜브레로')를 써 보았을텐데."

DDP는 복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도저히 일할 수 없는 사람의 생존만을 보장하는 복지에서 모두가 기본적인 생계는 보장받는 복지로, 지금까지의 복지는 변화해 왔다. 그러나 기본만을 강조할수록 꿈이나 기회, 도전처럼 보다 확장성 있는 가치는 복지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풍부한 상상력을 키우는 문화, 다양한 경험을 이끄는 교육, 건강한 몸과 마음을 좌우하는 환경과 같은 가치를 함께 누리는 '사회권' 수준의 복지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복지 예산을 늘려도 생각과 꿈과 기회의 격차는 여전히 남는다. 결국 양극화의 대물림을 끊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은 더 많은 기회로 집중되고, 화성을 비롯한 수많은 지역은 주말까지도 만석 버스로 서울을 향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빈약한 생활환경을 '하급지'라고 손가락질하며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는 것은 결코 건강한 보수의 시각이 아니다. 불평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모두 똑같이 빈약한 환경을 감내하며 살자는 것도 바람직한 진보의 시각이 아니다. 시장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그것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진정한 진보의 질문이 되어야 한다. 참신한 공공건축과 창의적인 도시문화를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계층이 폭넓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얼마 전 화성시립미술관의 설계안이 공개되었다. 비교적 참신한 건축으로 기대가 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지금 우리 지역에는 주민의 상상력과 영감을 이끌어내는 장소가 얼마나 존재하는가.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화성특례시 제6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전체위원장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전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