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후의 화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최근 삼성전자 글로벌 인프라 총괄 조직을 화성 동탄에서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화성하면 ‘삼성전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과연 앞으로 삼성과 화성의 미래는 어떨지 필자 역시 궁금하다. 물론 삼성전자 캠퍼스 전체를 옮기는 차원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이전계획이 미칠 효과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화성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시민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화성과 삼성의 미래를 더욱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지금의 화성을 볼 때,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해외 언론이 한국을 바라본 것처럼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 분명 인구 103만의 도시, 곧 특례시가 될 도시 화성은 국내를 넘어 세계가 주목할 도시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때가 가장 긴장하며 도약에 더욱 절실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필자는 2017년 동탄중앙이음터 운영협의회 위원으로서 활동할 때부터 이미 지역사회에서 ‘삼성 다음의 화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일개 마을활동가의 고민을 누가 진지하게 듣고 정책의제로서 고민하겠는가. 결국 정치가 지역을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화성의 정치는 이러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이다.
일차적으로,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해 나갈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구직난에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린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경영 마인드와 기업 문화도 분명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의 경영방식은 시장에서 알아서 결정한다는 인식은 한계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많은 불확실성을 개별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 정부, 시민사회가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외부 여건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이 강소기업,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살피고 만들어가는 로드맵이 절실하다. 화성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 최고의 대기업도 있지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상당히 많다. 지역사회와 행정의 입장에서도 기업이 많아 관리가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기업의 비전과 성장을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제조업 중심의 도시 산업체계에도 다변화가 필요하다. 화성시처럼 면적이 넓고 다양한 지역거점이 있는 도시에서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산업들을 발굴할 잠재력이 있다. ‘로컬 산업’이 무엇인지를 기초지자체 차원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상공인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내년도에 화성시문화재단에 관광 분야도 함께 포함되고 강화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에 발맞춰 문화·관광 분야를 산업으로도 보고 육성하는 전략이 함께 필요한 때이다.
화성에서 삼성 이후, 삼성 다음을 생각하는 것은 결코 삼성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화성에 뿌리내려 온 삼성의 전략과 경제의 미래를 지역이 같이 고민하자는 뜻이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5년 한 간담회에서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지금까지도 이것이 기업, 행정, 정치를 규정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이 차원을 넘어야 한다. 모두가 일류로 가는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시민’의 역할을 생각해보게 된다. 시민은 기업의 소비자이자 행정의 수요자, 정치의 유권자로서 모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지금 우리 도시는 바로 그런 시민의 역할부터 정립해야 한다. 도시의 내일을 생각하는 시민이 많아질 때 그 도시에서의 삶이 윤택해질 것이라 믿는다.
2024년 12월 21일
백현빈 (화성시 주민참여예산위원장)
[정면돌파 청년, 백현빈]
*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정치학전공)
* 서울대학교 석사 졸업(행정대학원 행정학전공)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방송 진행자
* 더불어민주당 초대 청년명예국회의원 역임(기재위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 화성시 제 6대 주민참여예산위원장* 화성시 제 2대 청년정책위원장
*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5, 6기 문광복지분과 위원
*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