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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시는 윤석열의 그림자를 걷어 치워라

정현주 - 전) 화성시의원, 현) 독립문화연구가

 

윤석열은 재임 기간 내내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비공개했다. 일반 국민은 대통령실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윤석열 정권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 않은 한 알 수 없었다. 이는 상징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며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가로막는 행태로 비춰졌다. 그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는 자치분권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일들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윤석열의 그림자가 각 지자체마다 짙게 드리워졌고 화성시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행안부의 내부지침

 

2024년 3월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A 씨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배경은 해당 지자체 주민들이 인터넷 카페에서 해당 공무원의 신상을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사이버 불링(인터넷 상의 집단 괴롭힘)을 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2024년 5월 행안부는 정부합동 TFT를 구성한다. 이들은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김포공무원 사건이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한 것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철저한 원인 규명을 생략했다. 대신 졸속적으로 지방 공무원의 실명을 비공개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이후 행안부는 <악성민원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세운다는 명분으로 <기관 홈페이지상 직원정보공개 수준조정 권고>를 ‘내부지침용’으로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이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이 아니라 단지 행안부의 ‘권고’와 ‘내부지침’일 뿐이었다.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진 각 지자체는 2024년 5월을 기점으로 공론화와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행안부의 ‘권고안’을 수용했다.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에서 선출직을 제외한 공무원의 이름이 익명으로 처리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화성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공무원 실명 비공개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직원명단을 비공개한 것과 맥락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각 지자체가 행안부의 권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스스로 자치분권의 가치를 훼손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

 

대통령실 직원명단을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판결

 

당시 뉴스타파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직원 명단의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했다. 서울행정법원 담당 재판부는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 직위, 직급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뉴스타파의 보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직원 명단의 공개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대통령실 직원들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름 공개가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대통령비서실 직원의 명단이 공개될 경우 외부 로비라든지 부당한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공직기강 차원에서 해결해야지 명단을 비공개할 일은 아니라고 분명히 판시했다.

 

이후 2025년 2월 13일 대통령실이 1,2심에 불복해 상고한 ‘대통령실 직원 명단 정보공개 건’에 대해 대법원은 기각 판결했다. 대통령실과 각 지자체의 공무원 실명 공개 건은 본질적으로 같은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대법원의 이와 같은 판결은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에서 지방 공무원의 이름을 공개해야할 하나의 명확한 판례가 된다.

 

관료주의를 강화한 정명근 시장

 

서철모 전 화성시장은 재임 중 ‘지역회의’를 구성해 주기적으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정책을 실현했다. 이는 형식적인 간접 민주주의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화성시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려는 서철모 전 시장의 정치적 의지였다. ‘지역회의’의 성과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시민사회는 ‘지역회의’가 갖는 정책의 방향성을 높이 평가 할 수밖에 없었다.

 

정명근 시장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거버넌스의 가치를 벗어 던졌다. 서철모 전 시장의 정책이었던 '지역회의'를 해체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성 지역의 시민사회는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주변부로 밀려났고 형식적인 역할에 머물게 되었다. 당시 일부 시민들은 “화성시가 공무원 왕국이 된 것 아니냐”며 탄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은 화성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참여와 영향력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신 화성시 공무원의 권력이 강화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관료주의가 한층 강화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이에 더해 2024년 화성시 홈페이지에서 공무원의 실명이 비공개되면서 공무원 조직은 그야말로 익명성 뒤에 숨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너무 불편하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화성시에 “항의도 많이 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화성시 공무원들은 참 편할 것 같다. 비밀 요원들처럼 일할 수 있으니까”라며 비판과 조롱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민도 있다.

 

화성시 공무원의 실명 비공개 건에 대한 문제점을 따져 본다면 다음과 같다. 그동안 화성시 공무원 사회가 가진 관료주의 의식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강화되는 방향으로 행정이 추진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화성시의 행정의 투명성이 약화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셋째, 화성시 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모든 시민은 공적 영역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민원 역시 참여의 한 형태이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의 이름이 비공개된 상태라면 참여 활동이 제한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그 결과 화성시 공무원들의 관료주의 의식이 강화되는 만큼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자치 분권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임기가 끝나기 전, 정명근 시장이 화성시 홈페이지에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왜 민주당 소속인 정명근 시장은 임기 초부터 많은 사건과 문제를 일으켰던 국힘당의 윤석열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는 단지 ‘내부지침용’이었을 뿐인 <기관 홈페이지상 직원정보공개 수준조정 권고>를 무조건 수용했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 화성시 의원들은 왜 이를 보고만 있었을까라는 의문도 동시에 생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화성시장과 시의원들의 역할에 대해 한번 더 질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화성 시장으로 출마할 예비후보군은 이에 대한 입장을 공약으로 밝혀야 한다. 시장으로 당선이 된다면 화성시 공무원들의 실명을 여전히 비공개할 것인지, 아니면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모든 공무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 직위, 직급을 공개할 것인지 말이다.

 

이름을 공개하고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권한을 가진 시장이 공무원의 이름을 익명성 뒤로 감춘다고 해서 화성시의 행정이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크나큰 착각이다. 음지에서 곰팡이가 번창하듯이 익명성 뒤에 숨어서 일하는 공무원이 공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시민을 위해 성실하게 일할 수는 없다.

 

오히려 화성시 공무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밝히고 일할 때 그들의 자존감도 높아질 수 있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공직사회를 신뢰하며 공무원 개개인을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해 보이는 시기이다.

 

 

참고

민들레 시민신문, <지자체 홈페이지 담당 공무원 실명 밝혀라> 부분적 재인용

민들레 시민신문 인용 바로가기

 

2026년 1월 28일

정현주 - 전) 화성시의원, 현) 독립문화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