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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업무 대행, 직영으로 전환해야 (릴레이 기고 4)

정현주 - 전) 화성시의원, 현) 독립문화연구가

 

세상은 온통 중앙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개를 숙여 내 삶의 토대가 되는 이 대지 위로 시선을 낮추면 자세하게 보이는 것들이 훨씬 더 많아진다. 중앙이라는 그림자에 가려져 내 삶의 영토 안에서 은폐되고 있던 구체적인 현실과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그림자에 가려진 진실들은 저항과 절규할 수 있는 자유를 가졌지만 견고한 권력의 벽 앞에서 공론화 되지 못한 채 더 이상의 힘을 쓰지 못하고 소멸해 가는 경우가 많다. 즉 사건들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마는 운명에 처해지는 것이다. 다만 드러나지 못한 이 진실들은 더 깊은 곳으로 은폐되면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또 다시 반복적으로 나타날 사건들을 예고할 뿐이다.

 

차가운 거리로 내몰린 화성시 환경 미화원들

 

2025년 12월 30일 화성시 생활폐기물 수거 업체인 미래화성에서 2명, 엔테크이엔지 1명, 개미환경으로부터 1명, 총 4명의 환경 미화원들이 계약해지를 당했다. 실질적으로 이들은 2026년 1월부로 해고 상태로 내몰린 셈이다.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화성시환경지회 활동가들은 해고된 4명의 노동자들이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표적 해고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해고된 환경 미화원들은 현재 “환경 노동자 진짜 사장 화성시장이 해결하라”며 화성시청 정문 앞에서 농성 중이다. <화성시 청소업무 민간대행 용역계약 과업지시서 제39조>에 따르면 기존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성시는 “법률 자문 결과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시간을 끌고 있다. 대행업체들이 화성시가 만든 과업지시서를 따르지 않는 등 계약위반 상황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시장은 법률만능주의에 빠져 스스로의 권위를 부정하는 모순적 상태에 빠져든 것이다. 2022년 임기 초 “민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민과 적극 소통”을 강조하며 환경 미화원복을 입고 거리청소에 나섰던 정명근 화성시장은 사라지고 현재는 법 뒤에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화성시 조례가 갖는 한계

 

이 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화성시의 조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성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만으로는 화성시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 중 수탁 기관과의 사무에 관한 책임성의 범주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책임의 불명확성 때문에 사건이 발생할 경우 화성시는 위탁기관이나 대행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대행업체는 계약 기간 중 눈에 거슬리는 노동자들에게 수 차례에 걸쳐 시말서를 쓰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화성시의 과업지시까지 위반하면서 표적 해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다.

 

화성시의 위탁 및 대행과 관련한 조례의 모호함과 정의의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대전광역시 사무의 공공기관 위탁 및 대행에 관한 조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조례 제2조(정의) 2,3호에서 위탁과 대행에서의 권한과 책임성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2. “위탁” 이란 각종 법령 또는 조례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전광역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일부를 공공기관에 맡겨 그의 명의와 책임 아래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3. “대행” 이란 시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일부를 공공기관이 행하도록 하되, 시장의 명의로 그 사무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시장에게 귀속되는 것을 말한다.

 

대전광역시의 조례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위탁’이란 업무에 대한 권한은 시장에게, 책임은 수탁기관에 있다. ‘대행’은 권한과 책임이 모두 시장에게 있다. 한편 ‘용역’이란 특정 업무에 대한 수행의 결과물을 제공받기 위해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화성시의 조례는 업무에 사용되는 어휘에 대한 정의를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떤 계약이 위탁이고, 대행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현재까지 화성시가 작성해온 행정 문서들은 위탁과 대행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다. 하지만 화성시의 <화성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평가 조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화성시가 생활폐기물 업무에 대한 계약이 위탁이 아닌 대행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각 법률과 조례는 보편성을 갖는다. 따라서 화성시의 생활폐기물과 관련된 문제 역시 대전광역시의 조례를 적용해 법리 해석이 가능하다. 화성시의 조례가 갖는 혼란스러움과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결과 업무의 성질상 대행이 분명한 만큼 권한을 가진 화성 시장이 그 책임도 함께 져야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생활폐기물 예산은 시민이 부담하는 준조세

 

생활폐기물과 관련된 수입과 지출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해당 지자체가 행사할 수 있는 명시된 권한이다. 시민들이 생활폐기물을 버리기 위해 지출하는 돈은 강제성을 띤 준조세의 성격을 갖는다. 시민은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쓰레기봉투와 스티커 등을 사야하고 조례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도 부담해야 한다. 시민이 준조세로 지출하는 이 돈은 모두 각 지자체의 수입으로 편성된다. 이 말은 청소 대행업체가 공공영역에서 업무를 수행할 경우 결코 자체적으로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의미이다.

 

2026년 화성시의 청소업무 민간대행과 관련된 예산은 총 880억원 규모이다. 2025년 5월 생활폐기물 대행사들은 대행료가 부족하다며 예산 증액을 요구했고 화성시는 예산을 추경 편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2026년에도 청소업무의 대행과 관련된 예산이 더 증액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는 시민의 혈세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선과 행정에 대한 불신도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성시가 하는 일은 청소업무와 관련된 이 예산을 대행업체에 분배하고 관리 감독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성시의 조직은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하는 구조다. 생활폐기물 처리는 자원순환과에서 맡고 있으며 관리감독은 환경지도과에서 하도록 이원화돼 있어 업무에 대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생활폐기물과 관련된 연구용역 결과는 예측을 빗나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이고 조직의 이원화로 단속 및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화성시의 생활폐기물과 관련된 업무는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첫째, 입법기관인 의회는 조례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화성시의원들이 시집행부를 감시 견제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하기 쉽지 않다. 시의원들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둘째, 화성시는 조직이 이원화돼 있고 위탁과 대행에 대한 개념 정의의 부재로 인해 시장부터 각 부서의 실무단위까지 책임지지 않으며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안은 직영으로의 전환

 

대한민국 역사에서 직영으로 전환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학교급식이다. 2010년 이후 각 지자체가 점진적으로 학교급식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학교는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민간위탁에 의존하고 있었다. 민간 위탁업체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로 가공된 냉동식품과 부실한 식재료를 사용했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매해마다 학교급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단체로 병원에 입원했다. 학교급식이 직영으로 전환된 이후 학교급식 때문에 발생하는 식중독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학교급식이 직영으로 전환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학교급식은 모범 사례로 꼽히게 됐다. 이제는 외국의 각 기관에서 학교급식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총체적 난국 상황에 빠진 화성시의 생활폐기물 업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역시 직영으로의 전환이다. 현재 화성시의 생활폐기물과 관련된 업무는 공공기관이 아닌 15개의 민간업체가 대행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민간업체는 이윤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 학교급식을 민간업체에 위탁한 결과 그 피해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당해야 했던 것처럼 화성시의 생활폐기물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시민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가 생활폐기물과 관련된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해야할 이유 중에 하나는 예산 절감이다. 생활폐기물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할 경우 이 글에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민간업체가 아닌 지자체가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이윤이 아닌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예산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생활폐기물 업무를 민간업체에 대행하게 하는 이 상시적 공적업무의 외주화는 공공의 이익보다는 민간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지자체가 중간 역할을 하고 있는 격이다.

 

하나의 도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도시를 청소하고 각 지역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신속하게 처리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시민의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를 청소하는 일은 항시적으로 작동돼야 할 공적업무에 속한다. 항시적인 이 업무의 특성상 공공성 강화를 위해 생활폐기물과 관련된 업무를 대행체계에서 직영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차가운 거리로 내몰린 4명의 환경 미화원들의 문제는 비단 화성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중앙의 그림자에 가려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활폐기물 대행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공론화되지 못한 채 담론의 질서 밖에서 파편화되고 소외되는 현상을 이제는 직영 전환으로 끝내야 할 때가 됐다.

 

1월 12일

정현주 - 전) 화성시의원, 현) 독립문화연구가

 

참고

경기광역신문, 미담플러스, 이런뉴스, 화성시민신문, 산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