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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도시에 대한 ‘상상력’, 월등히 커져야 한다 연속기고4>

백현빈 화성시주민참여예산위원장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식민 사관(史觀)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지역을 바라보는 ‘식민 사관’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부족했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일본의 지배하에 한국 경제가 성장했다는 식의 관점은 대한민국에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가 아닌 지역의 단위에서 볼 때, '우리 지역이 부족해서 서울로 이탈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서울로의 집중은 대세일 수밖에 없다'라는 식의 관점은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공유되고 있다. 다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대한민국도, 특례시를 코앞에 둔 화성시도 이제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반드시, 그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최근 동탄2신도시 유통3부지를 둘러싼 문제를 보며, 백만 특례시 화성에 도시에 대한 ‘상상력’이 더욱 절실함을 체감한다. 한때 유명 브랜드의 대형 쇼핑몰까지 언급되었던 부지에서 최근 물류센터 위주의 조성계획이 논의되면서 인근 지역 주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해당 부지는 생태공원과 인접한 지역이며, 주변 도로들은 아이들의 통학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의 본질을 행정 절차상의 합법성이나 부지를 분양받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에서만 찾는다면 그것은 상당히 협소한 관점이다. 예컨대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민간 회사에서 개발하는 아파트 단지 하나도 경관심의에서 몇 차례씩 부결되는 사례가 있을 만큼 지자체에서 까다롭게 살핀다. 그 결과 송도의 경관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화성에서 조성되고 있는 소위 ‘랜드마크’들과 인천 송도의 여러 건축물들을 비교하면 육안으로 보아도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화성이 백만 특례시를 자랑한다면, 상상력의 크기가 달라져야 한다. 창고 같은 물류센터를 넘어 유통문화를 바꿀 새로운 공간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 잠실에 관광과 유통의 새로운 중심을 만들고자 롯데월드타워를 세운 故 신격호 롯데그룹 前 총괄회장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제는 높이로 승부를 보는 차원도 넘어야 한다. 생태공원과 연계한 환경과 동탄에서 발전하는 문화콘텐츠를 접목한, 기존에 없던 복합공간을 조성하는 상상력이 기업과 지자체 모두에게 필요하다.

 

도시를 둘러싼 관의 인식, 민-관의 관계에서의 인식, 민의 인식을 모두 획기적으로 바꿀 때이다. 지자체와 같은 관(官)의 입장에서는 도시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계속해서 필요하다. 최고의 콘텐츠는 당연히 서울과 중앙에 있는 거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화성과 같은 지역에도 국내 최초 또는 세계 최초의 방식을 도입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민-관의 관계에서도 중앙의 논리로 지역을 좌우하는 것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물론 나라의 정치도 중앙의 문제도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시민의 전반적인 참여 자체가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시민을 처음부터 중앙의 광장으로 이끌기보다는 우선 가장 가까운 일상의 공간에서부터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여기서의 작은 효능감이 쌓여갈 때 더 큰 변화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민(民)의 입장에서도 마을과 지역의 일을 하찮게 보지 않아야 한다. 지역 활동을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인 여가 활동처럼 인식하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중앙 제도정치가 해결해주기만을 바라는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지역 안에서부터 기존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시도들을 적극적으로 해 보고 변화에 대한 작은 효능감을 계속해서 경험하는 것이, 시민과 지역의 진정한 힘을 회복하는 방법이라 믿는다.

 

필자의 좌우명은 ‘삶의 중심을 마을로, 꿈의 영토를 세계로’이다. 실제로 삶의 발을 딛고 선 마을에서부터 생각하되, 그곳에 대한 꿈은 언제나 세계적인 스케일로 꾸자는 의미이다. 지금 화성에는 지역 곳곳에 내년 1월 1일 특례시 출범을 알리는 홍보물이 붙여지고 있다. 백만 특례시 화성의 상상력이 그만큼 더욱더 커지기를, 화성을 위해 10년 가까이 일해 온 시민으로서 진심으로 기대한다.

 

[정면돌파 청년, 백현빈]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정치학전공)

*서울대학교 석사 졸업(행정대학원 행정학전공)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방송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초대 청년명예국회의원 역임(기재위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화성시 제 6대 주민참여예산위원장

*화성시 제 2대 청년정책위원장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5, 6기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