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의 축배가 독배가 되지 않으려면 보다 큰 꿈과 과감한 생각이 필요하다. 외형은 특례시급인데 비전은 동네 하나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그 도시의 10년 후는 과연 어떨 것인가.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10년 내로 이사 가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도시가 과연 ‘환금성’이 있을지도 되물을 문제이다. 마치 황금기인 것처럼 성장하는 화성은 바로 지금이 다시 새롭게 목표를 설정하고 꿈을 키울 때이다. 특례시 이후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1980년대부터 주력 산업이 침체되고 실업률이 20∼30%까지 올랐던, 스페인의 도시 빌바오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유명한 도시로 재도약했다. 세계적인 시설이 지역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구겐하임 효과(빌바오 효과)’라는 개념까지 생겼을 정도이다. 그러나 빌바오의 이런 성장이 단순히 새로운 미술관을 지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그렇게 따지면 화성시도 문화예술의전당과 시립미술관이 조성 예정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를 향한 꿈의 본질은 무엇인가.
구겐하임 효과는 ‘미술관 효과’라기보다는 ‘혁신 효과’에 가깝다고 본다. 표면적으로 보면 랜드마크가 되는 공간을 조성해서 지역을 살린 것이지만, 바로 그런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획기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도시 구성과 뭔가 과감히 다른 새로운 것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 바로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동탄2신도시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수정 방향은 다소 실망스럽다.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신도시에서 오랫동안 개발을 유보하여 유보지로 비워둔 곳 등에 일반적인 주거단지 형태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며 과연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새로운 아이템은 무엇일지 다시 고민해보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결정자의 결단과 설득이 중요하다. 스페인 빌바오 시가 1988년 구겐하임 미술관 조성계획을 발표했을 때, '먹고 살기 힘든 도시에 무슨 미술관이냐'며 '폭동까지 일어났다'라고 한다. 당시 빌바오 시장이 시민들에게 미술관 완공까지 믿고 기다려달라고 설득하며 이를 추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구겐하임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필자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우리 도시를 위해 활동할 때에도 새로운 시도를 위해 뚝심과 인내, 설득의 과정이 필요함을 느껴왔다. 시민으로서 뭐 하나 진행하기에도 장벽이 높은 상황에서도 그렇게 나름의 변화를 만들어갔다. 하물며 권한이 있는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은 어떠하겠는가. ‘백만 특례시’ 화성에는 더 과감한 결단과 시도, 그리고 깊은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필자 스스로도 화성에서의 10여 년을 돌아본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얼음을 깨는 배’와 같은 느낌으로 시민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학교복합시설 이음터 운영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할 때에도 폐강 연속이던 청소년 프로그램을 진로콘서트로 개선하여 주민과 청소년 500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까지 민·관을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자원도 넉넉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문제 앞에 ‘달라져야 한다’는 절실함이 대안을 상상케 했고 도전을 이어가게 만들었다. 사실 한 사람 시민으로서의 시도들은 홍보도 제도화도 모두 어렵다. 심지어 그 낯섦으로 인해 간혹 시민 사이에서도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나아갔고 해냈다. 하물며 여론과 권한, 시민의 신뢰가 뒷받침하는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이라면 더 해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특례시가 될 화성은 그리고 우리 시민은 지금 갈림길 앞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면돌파 청년, 백현빈]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정치학전공)
*서울대학교 석사 졸업(행정대학원 행정학전공)
*<마을의 인문학> 대표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방송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초대 청년명예국회의원 역임(기재위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부위원장
*화성시 제 6대 주민참여예산위원장
*화성시 제 2대 청년정책위원장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5, 6기 문광복지분과 위원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