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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주년 축사

안녕하세요? 진희숙입니다.

엄미술관 관장

 

이야기 공동체

 

헝가리 작가 '페데르 나더쉬'는 그의 에세이 '신중한 장소 결정'에서 고향 마을 가운데 서 있는 야생 배나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밤이면 마을 이웃 주민들이 이 나무 아래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합니다.

고향 마을은 이야기 공동체입니다. 이야기 공동체는 우리 삶의 가치와 규범을 품고 있는 이야기는 사람들을 내 이웃으로 품습니다. 이야기 공동체는 마을이 ‘의례적 관조’(리츄얼) 상태에 빠지며 ‘집단적 의식 내용’을 공유합니다.

 

이들은 이것 저것 잡다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하나의 큰 아름다운 리듬’이 되어 이야기 합니다. 오페라의 대화 같습니다. 내 이웃을 서로 사랑합니다. 사교적이고 공손 합니다.

 

“나는 아직도 따뜻한 여름밤에 고향마을 이웃들이 큰 야생 배나무 아래에서 어떻게 조용한 소리로 노래하는지 기억나 그립다. 오늘날에는 더 이상 이러한 나무도 없고 고향마을 노랫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라고 작가는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 최근 경로당이 생겼습니다. 큰 야생 배나무는 없지만 마을 길 오궁길에 엄미술관 입구에는 아름답게 우거진 신록의 숲으로 그늘진 금덩산 산책로가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마을 이웃들과 함께 공동체로 이야기 길을 걸으며 마을 공공의 장소로 내 이웃을 서로 사랑하는 하늘과 땅, 사람 사이에 머무는 공공 삶의 화해의 공간이며, 나와 이웃 사이의 서사적 이야기가 존재하는 유희의 공간이며, 사랑을 열게하는 연민의 공간이며, 서로 서로를 환대하는 체화된 앎과 기억, 체화된 정체성, 신체적 결합을 만들어 큰길로 높은 시간(Hochzeit)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공동체의 길입니다.

 

소통 없는 공동체로서의 이야기 공동체에서는 침묵, 즉 고요한 조화로움을 만들어 갑니다. 오늘날 정보사회와는 정반대 모습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과도하게 소통합니다.

 

우리는 전달하고 공유하고 링크를 겁니다. 집단적 의식 내용을 허용하던 이전의 ‘의례적 관조(리추얼)는’ 소통과 정보의 도취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우리 마을 지역에 리츄얼 협화음을 내고 공동체 리듬을 탈 능력 있는 공명(共鳴) 공동체를 만들고 사회 문화적으로 확립된 공명의 축을 세우는 '미담플러스'의 창간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10주년, 50주년, 100주년을 향한 무궁한 발전을 기원 합니다.

 

2024년 7월

엄미술관장 진희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