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30일 금요일 오후 2시 20분경 화성 향남제약공단 화일약품 상신리공장에서 아세톤유증기 폭발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먼저 당시 3층에서 작업 중이었으나 폭발로 인해 잔해물과 함께 1층으로 떨어진 채 발견되었던 29세 고 김신영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그날의 고통을 여전히 안고 살아가고 있을 17명의 부상자에 대하여 위로를 드린다.

2023년 11월 30일, 중대재해 발생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고용노동부는 화일약품 법인과 조경숙 대표 외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2024년 9월 27일 2주기를 앞두고 검찰의 기소가 결정됐다. 위법을 일삼으며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경시한 조경숙 대표와 화일약품 법인에 대하여 법원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처벌하기를 유가족과 대책위는 학수고대한다.

범죄자에 대한 사법기관의 미온적 태도가 또 다른 범죄를 낳는다는 격언이 산업현장에서도 다르지 않음을 증명하듯,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시간을 끄는 동안 화일약품은 2023년 6월 23일 메탄올 누출 사고를 다시 발생시켰고, 2024년 1월과 5월 의약품 관리 소홀로 2차례 약사법 위반 처분받았다. 또 그 이후에도 수없이 발생하고 있는 중대재해는 어떠한가! 정부와 사법기관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신속 정확한 판단으로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함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2024년 6월 24일 31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아리셀 박O관 대표와 박O언 본부장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구속기소했다. 참사 발생 95일 만에 이례적으로 이루어진 검찰의 결정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였다"라고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 기준을 정하여 그 자체만으로 중대함을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에서 중대하지 않은 사건은 없다"라는 의미이다. 검찰이 희생자의 수와 피해 규모뿐 아니라 재해발생 원인에 있어 예방 가능 여부를 범죄의 중대성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면 중대재해 발생을 더욱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에 예방과 처벌에 있어 정부와 사법부의 역할을 상기하며 신속 정확한 판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화일약품 폭발 중대재해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발생 원인에서 유사한 점이 여럿 있다. 어디 두 사업장뿐이겠는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대부분의 공통점일 것이다. 아래의 요소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면 반드시 시정하여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길 바란다.

① 발생 전부터 유사한 화재나 사고가 있었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여 중대 재해를 막을 수 있었으나 해결하지 않거나 등한시하며 생산에만 주력해왔다. ② 화학물질취급사업장으로 인화성과 폭발성이 상존해왔음에도 현장노동자가 인식하는 안전교육이나 비상대피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비상구가 무용지물이거나 비상벨이 울리지 않는 등 비상대피를 위한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장노동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체 변을 당하였다. ③ 안전보건관리자가 형식적으로 존재하거나 부재하여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위험성 평가 등 현장에 대한 법적 조사나 평가가 서류상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④ 고위험사업장임에도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리셀참사를 겪으며 화성시는 즉자적인 대책을 몇 가지 내놓았다. 이에 대한 화성지역 노동자시민사회연대체인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는 우려되는 지점을 지적하며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대안을 언론을 통하여 제시한 바 있다. 노동정책을 세우면서 당사자인 노동자,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의 과정을 통해 과거 반복되어 온 전시행정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화성시에서 발간하겠다는 아리셀참사 대응백서도 마찬가지다. 화성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한 재난안전대책본부의 대응에 대한 기록을 재난안전기금 5천만원을 들여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화성시가 재난안전대책을 제대로 세워나가기 위함이라면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아 잘한 점과 부족한 점에 대한 분명한 기록과 대안까지를 포함하는 내용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진행한 사업에 대한 보고서 수준이라면 백서라는 명칭은 부적절해보이며, 보고를 정리하는 것에 따로 재난안전을 위한 예산이 투여될 이유 또한 없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화일약품중대재해사망사고대책위와 화성시가 약속했던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조형물 건립에 대한 이행 또한 올해가 가기 전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제출되길 바란다.

50일간 장례를 미루며 유가족과 화일약품중대재해사망사고대책위가 활동한 가장 큰 이유는 다시는 중대재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사업주와 지자체가 제대로 예방을 위한 역할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가! 유구무언이다. 중대재해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사업주, 지자체가 해야 할 재발방지대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이해하길 바란다.

2024. 9. 30

화일약품중대재해사망사고대책위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