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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평화, 정의

여성의 삶, 갈 길이 멀다.

오피니언 한미경 화성여성회 대표
스웨덴의 출생률 비결은 아이를 낳고도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과 육아를 위해서는 남녀 누구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점이다.

필자가 여성의 ‘삶의 질’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두가지 지표가 있다. 하나는 글로벌 젠더 격차지수이고 하나는 인구 출생률이다.

 

인구출생률이라 일컫는 조출생률은 연간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낸 것으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출생률은 5.3명이다. 유엔은 “2015~2020년 전 세계 평균 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18.5명이며, 대한민국이 이 수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본질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힌바 있다.

 

이런 심각한 저출생 상황은 다양한 요인이 있다. 고용과 부동산 등 경제적 원인, 가부장적 제도의 굴레가 작용하는 사회·문화적 요인,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고 느끼는 가치적 요인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저출생의 상황이 여성의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의해 2006년부터 매년 발간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국가들의 성 격차를 경제, 정치, 보건 및 교육 네 가지 분야에서 조사 및 추적하여 발표하고 있어 그 자체로 한 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세계 젠더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젠더격차 지수는 0.680으로, 전체 146개 국가 중 105위에 머물렀다. 이는 세계적으로 하위 30%에 미치는 순위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경제적 참여 및 기회 부문은 부문별 순위에서도 가장 낮은 114위를 차지했다는 점과 근로소득의 성 격차가 세계 119위라는 점이다. 이는 여성의 노동참여율도 낮고, 임금도 불평등하며, 예상 근로소득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매우 불평등하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다.

 

여성들의 삶의 질은 젠더격차지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삶의 질이 높을수록 출생률 또한 높아지는 상관관계를 가진다. 스웨덴의 경우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 비율이 95%로 임금 격차가 매우 낮은 나라에 속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80% 이상이지만 출산율은 1.66명으로 우리나라의 0.78명보다 2배가 넘는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많아져서 출생률이 낮아진다는 가부장적 통념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도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과 육아를 위해서는 남녀 누구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바로 스웨덴 출생률의 비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24년부터 일하는 여성들의 고용 불평등을 상담하는 고용 평등상담실을 폐쇄한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 국제사회에 견주어 수치상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낳아서 잘 키울 자신이 없어 낳지 못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