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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커져만 가는 환경갈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한철- 화성습지 보전정책 연구자

11월 29일 약 2,000여 명의 화성시민이 국회 앞에 모였다. '수원군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건설 특별법안'(이하 김진표법) 입법 저지를 위해 수원전투비행장화성이전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홍진선 상임공동위원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이었다. 시민들은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아침 일찍 상경하여, 2시간 넘도록 차가운 바닥에 앉아 소리 높여 구호를 외쳤다. 피켓을 흔들었다. 시민들의 분노에 화성 정치인도 총출동했다. 정명근 화성시장, 김경희 화성시의회 의장, 송옥주·이원욱·전용기 국회의원, 박명원·신미숙·이홍근 도의원, 정흥범·김영수 군공항이전반대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시의원이 참가했고, 김용·김홍성·배강욱·홍성규·홍형선 등 화성 갑 지역의 국회의원 출마 예정자들도 참여했다.

 

시민들이 왜 분노했는가? 처음부터 수원 군 공항 이전사업이 수원을 위해 화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이 어불성설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이다. 김진표법은 필수불가결한 51개 항목의 법적 규제를 의제화하고, 예비타당성조사 같은 중대한 절차를 면제하며 특히 이전부지로 거론되는 화성시장에게는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는 반민주적·반지방자치적·국가폭력적인 법이다. 수원시 기업에 특혜(우대)를 주고 있는 불공정한 법으로 정경유착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전부지’는커녕 ‘이전후보지’도 선정된 적이 없는데 “군 공항이 이전되어 설치될 경기도 화성시 일원의 부지”라고 법이 명기하고 있으니 화성시민이 크게 화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87년 민주화 이래 급물살을 탄 시민사회의 민주의식 성장은, 21세기 들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력을 힘입어 훨씬 더 빨라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여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나쁜 정치가 민중을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끝났다. 시민사회 목소리가 커지고 이해관계는 복잡해졌으며 그만큼 사회갈등이 늘고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환경갈등은 매우 심각하고 점점 더 문제가 되고 있다. 화성만 해도 수원군공항 이전사업과 경기국제공항 건설사업이 대표적이며, 화성 서부지역 곳곳에 추진되는 폐기물최종처분시설(폐기물매립장)과 폐기물소각처리시설(소각장), 대규모 택지개발, 도로·철도 건설 등에 의한 갈등의 골이 깊다. 개인 또는 공동체에 정신적·육체적 건강상 영향과 재산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므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반면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나 개발사업에 찬성하는 시민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것 같은 문제로 여겨진다. 전문가 그룹과 행정의 입장도 다양할 수 있다. 이같이 환경 갈등은 실마리를 풀어내기가 어렵고 복잡하다.

 

이미 꼬였고 앞으로도 얽히고설킬 환경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바로 갈등의 전환, 평화로운 해결이다. 갈등의 주체 간에 대립하고 상대를 적대시하는 것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직하게 얘기하고 이를 안전하게 꺼내어 놓아야 한다. 그렇게 할 마당이 필요하다. 절충과 양보, 타협, 다수결의 원칙 따위 집어치우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최악의 원칙들을 우리는 최고의 원칙으로 배워 왔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윈윈’은 할 수 없는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전문가의 도움 가운데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다면 좋다. 필요하면 매몰 비용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되돌리는 용기가 요구된다. 물론 이는 사후해결적인 방법으로 사실상 성공하기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가장 좋은 것은 시작부터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사전예방적인 갈등관리인 셈이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협력적 다층적 거버넌스를 통해 이해관계를 가지는 모든 주체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논의에 참여한다. 가장 갈등이 심각한 입지선정 문제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수십 번의 회의를 하고 토의를 한다. 공론장을 연다. 기업과 행정이 한참 절차를 진행해 놓고 중간단계에서야 형식적으로 의견 수렴하는 거버넌스 또는 시민참여는 틀렸다. 우리가 계속해서 실패하고 끊임없이 갈등으로 피 흘리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