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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6G의 속도와 동반의 미학

조대현 -민주당 화성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전) 김부겸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세계는 반도체, 인공지능, IT, 바이오, 통신 등 많은 분야에서 기술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동탄에도 반도체 파운드리의 강자 삼성전자가 한국경제를 상징하며 버티고 서 있다. 5G 통신 분야에서도 선두에 서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우리 국민의 기질이 어려운 여건을 뚫고 여러 분야에서 전통적인 기술 강국들을 앞지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개인의 스마트폰 사용 주기만 봐도 보통 2년을 넘기지 않는다. 사실 나는 120hz와 60hz 주사율 (1초당 화면이 갱신되는 횟수) 차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튜버들은 그 차이를 지적하고, 미세한 차이점에 공감하는 일반인 사용자도 적지 않다.

 

동탄 신도시가 조성되기 시작한 지 거의 20년에 이르고 있다. 2동탄도 제법 틀을 갖추어 변모했다. 2동탄의 변화를 바라보는 1동탄 주민들은 정체감을 느낀다. 10여 년간 별 변화 없는 스카이라인,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교통체증,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긴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하는 갑갑한 현실에서 디지털 시대의 빠른 속도감에 익숙한 시민은 답답하다. 화성 서부지역 주민들이 동부지역에 비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1동탄 거리 곳곳에 교통정체 해소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1호선 연장과 솔빛나루역 신설, 동탄 인덕원선 조기 개통, 트램 운행 등 오래전부터 시민이 요구하고 있는 현안이 수두룩하다. 선거 때마다 공약에 담겼던 내용이나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10여 년 묵은 체증과 시민이 느끼는 ‘심리적 정체감’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 결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다. 속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당장 필요한 일들이라면 촌각을 다퉈야 한다. 아직 검토 중이거나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면 답답함은 배가된다. 내가 복합체육시설에 우선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특히, 수영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생존수영을 익혀야 할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퇴행성 관절염과 근육감소로 고생하는 노인들에게 수영은 유용한 운동이다. 그러나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그야말로 ‘넘사벽’에 부닥친다.

 

아직 1동탄에도 많은 공터가 있다. 도시 조성 단계에서 염두에 두었던 시설과 공간이 현재 시점에서도 여전히 필요한지 다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 검토 결과를 토대로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수요를 파악하고 서둘러 해결해야 할 현안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발 빠른 정치, 잰걸음 행정’이 필요하다. 굼벵이 정치와 굼뜬 행정은 6G 세상을 역행하는 일이다.

 

통신 기술 분야에서 세계는 6G 기술개발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분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초격차 틈새를 불과 3년 차이라고 진단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3년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시민들은, 공터가 산재한 거리를 걸으며, 더디게 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목을 빼고 수영장 대기 순번을 응시하며 오늘도 깊은 정체감에 젖어있다. 정치와 행정은 시민들이 바라는 속도에 맞춰 작동해야 한다.

 

속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가? 속전속결이 낳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보도블록은 쉽게 깨지고, 졸속으로 세운 시설은 이용하기 불편하다. 새로 뚫은 도로는 한산하고, 공간을 낭비하며 불필요하게 건립한 시설을 보면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계획한 '빨리빨리'의 역(逆)효과다. '고객의 니즈(needs)'라는 말은 마케팅 분야에선 이미 고전이다.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집중해 파악하라는 말이다. 우리 행정은 '시민의 니즈'에 잘 부응하고 있는가?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며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행정은 친절하지 않고 권위적이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스스로 정해둔 테두리를 결코 넘어서려 하지 않는다.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민의 요구에 다가서는 행정으로 일신하려면 시민의 선택으로 구성되는 정치영역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시민을 위한 사업은 시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기획 단계부터 시민의 참여를 넓혀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속도를 늦춘다. ‘빨리빨리’에 역행한다. 시민도 이러한 느림을 받아들여야 한다. 좀 느리되 제대로 할 길이라면 기다려야 한다. 동반의 미학이다.

 

시민과 동반하는 정치와 행정을 기대한다. 현 정부는 무능, 독선, 무책임으로 상징된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정부가 어떻게 온전히 제 역할을 하겠는가? 국민과 동반하지 않는 정부, 시민과 동반하지 않은 지방정치는 끝내 주권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혼자서 가는 열 걸음보다 함께 가는 한 걸음이 더 좋다. 손잡고 뛰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속도’와 ‘동반’이 조화를 이루는 동반시대, 동반사회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