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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시가 찐 ‘친환경 생태·문화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정한철 화성습지유네스코세계유산등재추진시민서포터즈 집행위원장

 

화성시장이 2023년 11월 25일 “상상이 현실이 되는” 100만 화성 미래비전을 선포했다. 이 비전 중 하나는 ‘친환경 생태·문화도시 구현’이다. 이를 위해 화성시장은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환경오염과 폐기물 감소, 생태관광과 문화예술 활성화, 지역문화와 역사유산 보전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화성시는 민선8기에 들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왔다.

 

이 비전이 실제로 화성시의 정책과 부합하는가? 아니다. 화성시의 환경정책은 모순적이고 비효율적이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화성시장은 친환경 생태·문화도시를 이루기 위한 공약을 15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환경 관련 공약은 다음의 7가지이다. (1) 세계적 수준의 화성국제테마파크 조속 추진, (2) 공룡알화석지 활성화 사업 추진, (3) 삼보폐광산 수질 개선, (4) 남양 ~ 궁평항 간 자전거도로 개설공사, (5) 화성시 해안경관도로 신설, (6) 화성형 보타닉가든 조성, (7) 무봉산 자연휴양림 진입로 확장공사 조속 추진.

 

위 공약을 보면, ‘기후변화’나 ‘탄소중립’, ‘보호지역’ 등은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바라지도 않는다. 친환경 생태·문화도시는, 자연 생태계를 시민이 즐기고 누릴 공간으로 조성하는 관광개발일 뿐이다. 생태를 철저하게 인간 중심으로 여기고 있으며, 지속가능발전과 생태 및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생물다양성 보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같은 화성시의 환경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친환경생태도시 비전을 바로잡을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환경정책의 모순: 보타닉가든과 황금해안길

화성시는 친환경생태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보타닉가든과 황금해안길이라는 두 개의 대표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타닉가든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1,000억 원을 들여 1,200만 평의 토지에 인공적인 전시 온실 식물원과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황금해안길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1,500억 원을 들여 17km의 자연 해안선을 따라 도보 데크길 시설물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 두 사업은 화성시의 환경정책의 모순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이다.

첫째, 이 두 사업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화성시의 비전과 정반대의 효과를 낼 것이다. 보타닉가든은 인공적인 시설물을 대규모로 건설하면서 토지를 개발하고, 식물원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다. 이는 오산천 권역의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황금해안길은 더 심하다. 자연 해안선을 인공적으로 개조하고 심지어 갯벌을 관통하는 교량과 데크길을 지으면서 갯벌 생태계를 훼손하고, 거기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을 교란할 것이다. 이는 생물다양성을 저해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둘째, 이 두 사업은 화성시 정책의 핵심 가치인 ‘지속가능성’과 부합하지 않는다. 지속가능성이란 현재의 필요를 충족하면서 미래 세대의 필요를 해치지 않는 발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두 사업은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자연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비지속적인 개발만을 추구하고 있다. 이 두 사업은 화성시의 장기적인 환경보전과 생태복원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저하할 것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탁월한 보편적 가치 ‘화성습지’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복원”하고 싶은가? ‘화성습지’를 ‘한국의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면 된다. 두 팔을 벌리고 화성시의 참여만을 기다리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및 국제사회와 중앙정부의 노력에 동참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화성시 안팎에서 매향리갯벌을 위시한 화성의 갯벌과 화성호, 화옹지구 간척지는 지구상의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로서 반드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음이 밝혀졌다.

 

화성습지를 보호할 때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화성습지, 즉 화성호와 유입 하천, 화옹지구 간척지와 인근 농지, 갯벌을 보호할 때 지역의 농어민이 산다. 친환경 농수산물 생산을 보장하고,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자. 주민이 직접 화성습지 전역을 감시, 관리하고 관광해설을 하는 주체로 세우자. 바닷가 마을의 전통 음식을 살려서 오는 손님에게 대접하자. 화성습지 보호는 화성시뿐 아니라 수도권과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적으로 중요한 자연을 지키는 일이며 대규모 그린카본과 블루카본(탄소흡수원)을 보호하는 일이다.

 

“우리는 반도체를 씹어먹고 살 수 없다!”

내가 존경하는 농부 형님이 자주 하는 말이다. 개발보다 자연-갯벌과 하천, 들판과 땅을 지키는 일이 소중함을 직관적으로 비유한 말이다. 친환경 생태·문화도시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물과 모든 비인간존재를 존중하고 살리는 길이어야 한다. 당장 살아 있는 습지와 들판 등의 자연자원을 지키는 것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당장 지금 우리 곁에 살아 숨쉬는 습지와 갯벌, 들판을 보호하자. 여기서 일하는 농어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자. 이는 화성 서부의 발전을 서부답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보타닉가든과 황금해안길처럼 인공적인 시설물을 새로 만드느라 수천억을 들이고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