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장시와 교통에 대해 시리즈로 연재하려 한다. 지역학연구를 하다보면 지명, 장시, 나아가 지역의 교통의 흐름에 관해 집중하게 된다. 우리 삶의 흔적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고에서는 “장시”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자 한다. 장시란 인적·물적·시간적 공간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합쳐져 교환의 기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제도를 말한다.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장시는 사람들의 삶과 떼어낼 수 없는 한 영역으로 존재하여 왔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무릇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포괄적 개념들의 의미를 밝히기는 쉽지 않듯이, 장시의 뜻도 부족함이 없이 밝히기가 쉽지 않다.
장시는 우선 ‘모이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결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며, 인적·물적·시간적·공간적 요소들이 한데 모여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제도가 바로 장시이다.
이렇게 묘사된 장시는 다시 크게 두 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 하나는 물화교역(物貨交易)의 장소를 뜻하는 구체적 장시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형성기능이 강조된 논리적 범주로서의 추상적 장시이다.
≪만기요람 萬機要覽≫ 각전조(各廛條)에 “행상이 모여서 교역하고는 물러가는 것을 장(場)이라고 이른다.”라고 하였는데, 이때의 ‘장’이 구체적 장시의 한 예이다.
인류학과 역사학의 탐구대상은 주로 역사적 경험 속에 존재했던 이러한 구체적 장시이며, 이 경우의 장시는 ‘장터’ 또는 ‘장판’의 의미가 강하다.
전통적으로 장시를 장(場) 또는 장시(場市)·시상(市上) 등으로 불러왔는데, 이들 모두가 주기적 또는 지속적으로 교역이 이루어지던 한정된 장소, 즉 장터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장터로서의 국지적(局地的) 장시 개념은 장터들 상호간의 작용과정에 대한 이론적 관심이 커지면서 점차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교통과 수송 수단, 그리고 화폐경제의 발달로 한 장터에서 벌어진 교역의 결과는 바로 다른 장터에서의 교역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장터들 상호간의 구조적 작용관계를 종합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