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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토리의 마법

공승환 화성시생활문화창작소 총괄감독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콘텐츠 시장의 변방이었다. 콘텐츠 제작비는 미국의 3%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내수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그 시절에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비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K-드라마와 영화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강점으로 “인간의 내면을 파고 들어가는 깊이와 디테일”을 꼽았다. 탁월한 연출력과 섬세한 연기, 무엇보다 인간의 내면을 부드럽게 때론 매섭게 표현해 낼 수 있었던 ‘스토리’가 주요했다는 말이다.

K-웹툰이 일본시장을 넘어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도, K-FOOD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 이유도 알고보면 콘텐츠 곳곳에 묻어있는 스토리의 마법에서 비롯된다.

 

관광산업에도 스토리는 주요했다. 호주 시드니의 ‘VIVID SYDNEY’는 단순한 조명예술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부여함으로써 5~6월 한 달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한 세계 최대의 빛 축제로 거듭날 수 있었다. 덴마크는 또 어떠한가? 안델센의 캐릭터를 도시 이곳저곳에 배치함으로써 관광객들에게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으로 성장시켰다.

 

흔히들 비즈니스 1세대라고 하면 단순히 상품판매를 의미했다. 하지만 경제 규모와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제품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하게 되었고, 급기야 지금은 제품에 스토리가 부여되지 않으면 비즈니스가 성립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예를 보자. 아프리카의 어린아이들에게 노동력을 착취하여 얻은 커피콩으로 커피를 제조하여 판매한 커피빈은 커피의 품질과 서비스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제조과정의 스토리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생각과 관심을 몰입하게 만든다. 흥미를 유발하여 발길을 머무르게 한다.

스토리는 다양한 장르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스토리를 표현해 내기 위한 하드웨어의 성장을 견인하기도 한다.

마치 일상속의 MSG처럼 우리곁에 늘 존재한다.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무수히 많은 희로애락을 경험한 우리는 천연자원의 혜택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대신 풍부한 스토리 자원을 얻을 수 있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스토리 자원을 활용하는가에 따라 금의 가치가 되기도, 석유의 가치가 되기도 한다.

 

재단하고 가공하여 우리만의 스토리를 창출해 내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