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카이스트 석사 졸업생인 신민기 씨가 “R&D 예산 복원하라”고 외치다가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붙들린 채 행사장에서 끌려나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라며 “도전하라.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손을 굳게 잡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지난해보다 5조 2000억 원을 삭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예산을 삭감해 놓고 확대하겠다고 말했고, 생색내지 말고 예산 복원하라고 사실을 말한 시민은 끌려나갔다. 언행불일치의 끝판왕이요, 국가폭력을 대놓고 자행하는 공포정치로의 회귀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를 우리는 경계한다. 말이 무성해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비단 윤석열 대통령만 언행불일치할까. 그렇지 않다. 나도 그럴 때가 있고, 우리 모두 내가 한 말과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때 우리는 상대의 실망이나 비판을 경청하고 사과한다. 정직하게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할 때 오히려 용서와 화해가 따라오기도 한다. 우리가 진심으로 미워하는 태도는, 약속을 어긴 행위 자체보다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사과가 없고 거짓으로 둘러대는 태도일 게다.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으면서 말만 그럴싸할 때 우리는 더욱 분노한다.
우리 화성시 얘기로 넘어와보자. 최근 업데이트된 화성시환경재단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화성시장은 “관내 시민이 탄소중립 및 자원절약, 재활용 등 환경보호 활동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략) 지난해 인구 100만 명을 달성하여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있는 화성시는 대한민국 대표도시로서 지속 가능한 미래,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친환경 도시를 향한 여정에 시민들과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 지난 2월 1일 화성환경운동연합 축사에서도 유네스코의 화성습지 세계유산 등재 권고를 언급하고 화성시가 친환경생태도시를 구현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상은 어떠한가. 행정은 말이 아니라 행동, 즉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행정의 조직과 인사, 예산을 보면 어디에 방점을 두고 있고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탄소중립 실현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누가 무엇을 하고 있나, 친환경생태도시를 위한 정책은 무엇이 있나, 거의 전무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기구나 인력, 예산은 어디에 있나. 생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면 일부 반대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 가운데 소극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우리 화성시가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1위(91조원)라는 게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다. 우리 시가 돈이 많아서 행복하다는 것에 나는 공감하지 못한다. 사람마다 ‘잘사는’ 것에 대한 의의가 다르겠으나 확실히 나는 부와 물질에 있지 않다. 우리 지역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 이웃이 고통받고 산재로 죽으면 나는 불행하다. 공장화재로 수질오염으로 고통받는 존재들이 신음하고, 농어촌 지역에 쓰레기 매립장과 폐기물처리시설이 집중되어 신규 설치되고, 아름다운 갯벌과 동산, 논밭이 공장과 아파트 등 콘크리트로 덮여 가는 것이 슬프다.
“화성시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인구 100만 화성특례시”라고 자랑하는 화성시장의 말들. 그리고 그의 공적인 약속들. 나는 이게 말만 무성한 것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