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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아소통(Intrapersonal Communication)

오피니언- 공승환 화성시생활문화창작소 총괄감독

 

문화는 소통을 통해 진화해 왔다. 인류는 과거로부터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서로에게 의사를 전달하며 사회라는 테두리를 형성할 수 있었다. 사실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공유’, ‘나누다’라는 뜻을 의미하는 ‘Commuicare’에서 유래되었다. 사회 구성원 간의 유대관계 및 조직문화는 소통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눔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과거 언어가 없던 시절에는 장황하게 나열하듯 정보를 전달할 수가 없었다. 간결하지만 함축적인 표현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기록하였는데, 이는 기호학에서 말하는 상형문자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형문자는 회화적 표현을 통해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전달자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 함축적 의미의 상형문자가 상대방에게 잘못 해석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표현된 점을 비추어 볼 때, 단순히 언어적 소통이 아닌 문화적 소통이라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사회의 문화적 소통방법은 과거에 비해 더욱 다양해 졌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콘텐츠를 비롯하여 공연, 전시, 출판 등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여러 형태로 가공하여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관람객 또는 시청자는 문화콘텐츠를 접하며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고자 한다. 또 그 의미 속에서 다양한 사고의 확장을 경험해 낸다.

 

이처럼 ‘상호소통’은 역사를 관통하여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중요한 ‘자아소통’에는 소홀한 편이다.

 

소통방법은 크게 자아소통과 상호소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필자는 자아소통에 보다 더 집중하는 편이다. 나 자신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을 때, 타인과의 대화가 보다 분명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올바르게 바로 설 수 있어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아소통’은 어떻게 해 낼 수 있을까?

 

자아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드넓은 바다에 펼쳐진 수평선은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나만의 생각이 옳다는 고정관념은 다양한 해석을 무시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관점을 전환시켜야 한다. 시청과 견문은 분명히 다른 의미다.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행위는 시청(視聽)이라 하고, 보다 주의깊게 보고 들음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 이를 견문(見聞)이라 한다. 우리는 때로 사과를 시청하고 있지만 뉴튼은 사과를 견문하여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들어 내었다. 목욕탕에서 흔히 시청할 수 있는 욕조는 아르키메데스의 견문을 통해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하게 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고서인 대학(大學)의 정심장(正心章)편에는 ‘視而不見, 聽而不聞’(시이불견, 청이불문)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견문하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말로서 자신의 마음을 열고 주의 깊게 사물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어 보았는가? 책 속의 주인공인 어린왕자는 질문에 답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막여우, 장미꽃, 별 등과 대화를 나눈다. 질문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어린왕자의 가슴을 울리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는 마음의 움직임을 느낀다. 자신과의 대화법을 동화의 형식을 빌어 설명한 가장 좋은 교재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명상을 통해서 어린왕자의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명상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분명 답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마음과 생각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자아소통’을 통해 뿌리를 단단히 만들어 낼 때, 우리는 ‘상호소통’으로 가지와 잎 그리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문화인에게 ‘자아소통’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