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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실패해도 100% 지원하는, 청소년 창업 육성 정책을 기대하며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

 

가끔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다. 필자가 화성시 최초 학교복합시설인 동탄중앙이음터에서 2018년 운영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할 때, 폐강 연속이던 청소년 프로그램을 살려내고자 시도하며 만났던 청소년들이다. 학교나 학원 외에 이음터와 같은 기관에 대해, 학부모는 학업이나 진로와 관련성이 있어야 자녀를 보내고자 하고 학생은 그렇다면 굳이 가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음터 청소년 프로그램은 계속 폐강의 경계선을 오가던 때에 만났던 이들이다. 진로를 말하되 문화와 결합하고 지역사회 전체와 소통하는 ‘진로콘서트’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음터 내 청소년 동아리 등과 적극적인 연계를 시도하였다.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하던 청소년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이들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 후속 프로그램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 번의 행사보다 중요한 건 후속 활동임을 애타게 강조했지만 기관에서 이를 충분히 수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필자도 운영협의회 임기를 마친 이후에는 학생들이 각자 어떻게 성장했는지 정확히 알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서 접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음터에서의 경험’을 충분히 살린 학생들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민이 프로그램 하나 잘해서 되는 게 아니며 근본적으로 정책과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제는 청소년기의 ‘창업 실험’을 권장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과연 이만큼 현장감 있는 경제교육이 또 있을까.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사업을 만들어보고 운영해보는 것은 뜻깊은 경제교육이 될 수 있다. 시장에 대해 그래프를 놓고 이론적으로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그것을 직접 경험할 기회까지 더해진다면 배운 내용을 기억하고 강화하는 데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입시 제도에서 학생부 종합전형 등을 통해 학생들의 시험 외적인 활동을 골고루 살펴보기는 하지만 대체로 학교 안의 활동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이다. 입시 기록에 포함되지 않는 교외 청소년활동이나 지역사회 활동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그러나 이렇듯 교내 중심 활동이 강조될수록 창의적 체험활동과 같은 학생활동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지원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학교 안과 밖을 조화롭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 분명 봉사 정신이나 투철한 의지만으로 학생들의 현장 참여를 이끄는 건 한계가 있다. 작은 투자를 시도하고 그로 인한 이익을 작게나마 스스로 창출해 볼 기회가 있다면, 설령 그것이 꼭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보는 청소년들이 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현재의 입시 경쟁 체제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청소년기 소규모 창업 시도에 대해서는 충분한 멘토링과 심층적인 사업성 검토, 지속적인 피드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만약 청소년이 일정한 예산을 지원받고 창업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면 한 번 정도는 투자금 전액에 가까운 보조를 해주는 정책도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파격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위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자 4세부터 유치원 입시까지 준비한다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다음 세대의 불안을 완화하고 도전을 돕는 공공의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특히 당장의 학업 성적은 아직 부족해도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청소년들이나, 처음부터 진학보다는 취업을 목표로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교육의 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이러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지자체 차원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도전의 경험은 훗날 삶의 어려움 속에서 무기력에 빠지지 않게 하며, 실패해도 재도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선례는 미래의 자신감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화성시의 학교복합시설 이음터를 중심으로 마을교육공동체의 꿈을 함께 꾸던 시기, ‘망하자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을 들어본 기억이 있다. 당시 이 개념 속에는 청소년들이 도전의 과정에서 기꺼이 망해볼 수도 있고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역사회 경제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동시에 주위의 수많은 주체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보였다. 어쩌면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자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지금의 사회를 과감히 혁신하는 상상력은 여기서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

 

 2025년 3월 24일

백현빈

 

 

[인문학적 선진국을 향한 따뜻한 정면돌파, 백현빈]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정치학전공)

- 서울대학교 석사 졸업(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 화성특례시 제6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전체위원장

- 서울의소리 "백현빈의 정면돌파" 앵커 역임

- 화성특례시 문화자치 참여시민협의체 공동운영위원장

- 화성시 제2기 청년정책위원회 위원장

-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5, 6기 문광복지분과 위원

- 경기도교육청 주민참여예산자문위원회 연구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