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금)

  • 흐림동두천 15.9℃
  • 흐림강릉 20.2℃
  • 서울 18.4℃
  • 대전 19.8℃
  • 흐림대구 23.3℃
  • 흐림울산 22.5℃
  • 광주 24.8℃
  • 흐림부산 24.2℃
  • 구름많음고창 25.3℃
  • 구름많음제주 27.6℃
  • 흐림강화 15.8℃
  • 흐림보은 20.3℃
  • 흐림금산 22.0℃
  • 흐림강진군 23.5℃
  • 흐림경주시 23.3℃
  • 흐림거제 23.0℃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삶과 죽음

발행인 칼럼 - 어떻게 살아야 하나?

20년 전 2004년 12월 26일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나는 그당시 KOICA 해외 봉사단으로 태국 수라타니라는 동부 항구 도시에 파견돼 있었다.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심상치 않는 현지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2층 나무집에 살았는데 1층으로 내려가 수도를 틀어보니 누런 황토물이 나오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니 코이카 방콕 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많은 인력이 파견되어 수습을 하고 있는데 현장에 인력이 모자라니 푸켓으로 빨리 와줬으면 하는 전화였다. 물론 '자유의지니 꼭 와야 되는 건 아니다' 라고 말했었다. 사실 내 마음은 도망가고 싶었다. 지진해일이 또 생길 수도 있는 건데 멀리 타향 객지에서 혹시라도 '나도 허망하게 죽는 건가' 라는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여기 있는데 외면 할 수는 없었다. 무서워서 울면서 짐을 싸고, 덜덜거리는 버스를 몇 시간 타고 푸켓으로 갔다.

 

한국 현장 사무소는 큰 호텔 한층을 빌렸었다. 한국에서 파견된 의사, 법의학자, 고위급 경찰, 구급대원, 기자들 수십명이 매일 매일 뉴스를 한국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나는 컴퓨터 분야 (하드웨어) 로 파견 되어 있었기 때문에, 현지 호텔에서 파견된 기자들이 인터넷을 잘 쓸수 있도록 네트워크 문제를 도와 주거나, 한국에서 장관같은 고위급이 오면 수행 하는 일을 돕는 사람을 도와주거나 하는 일을 했었다.

 

전문가들이 한꺼번에 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시신이 수습되면 치아 사진으로 대조해서 24시간도 걸리지 않고 신원을 알아냈다. 경찰이 푸켓에서 팩스를 보내면 한국 경찰서 현장에서 치과까지 찾아가 치열을 비교하는 자료가 바로 올라와 바로 신원이 드러났다. 또한 의사 한명이 얼마나 큰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때 많이 보고 배웠다.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한국에서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도 있었는데 안전 문제 때문에 현장에 파견 할 수도 없어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그 분이 현장에서 구호 활동에 전념했다는 언론 플레이를 한국에서 하는 것을 보고 실소가 터졌던 기억이 있다. 봉사 활동도 전문 분야가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식사와 잠자리, 안전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업무로드가 더 걸릴 수도 있다.

 

한국에서 파견된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뉴스를 한국에 전송하는 모습도 그 때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 내가 현장에서 기사를 쓰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 동경하며 봤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성 코이카 대원들은 시신이 있는 현장에는 접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나는 일과 후 현지인 오토바이를 빌려 뒤에 타고 현장이 어떤 상태인지 한바퀴 돌아봤다. 현장은 처참했다. 무너진 건물들 때문에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을 찾기가 더 힘들었었다. 생존자들의 소식도 건너 건너 들었다. 한 장소에 같이 있었는데 '이쪽으로 간 사람은 살고, 저쪽으로 간 사람은 죽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가 있다. 어제 어떤 장례식장 대표님을 행사장에서 만나 인터뷰 약속을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20년 전 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은 사람을 성숙시킨다. 그 때 오랜 고민을 통해 깨달은 나의 마음은 우리의 삶과 죽음은 “운”이라는 사실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운이 좋아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될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되나?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은 아이러니 하게도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내릴 수 밖에 없는 고민의 결과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자. 죽지말고 말이다. 

 

미담플러스 발행인 박상희

프로필 사진
박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미담플러스 대표, 편집장 박상희 기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