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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역 정치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백현빈 (화성특례시 주민참여예산위원장)

 

설 연휴를 지난 직후, 개혁신당 이준석 국회의원이 서울 홍대 거리에서 사실상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화성시 을 지역구에 거주하는 주민으로서 평상시에도 ‘유명한 정치인의 지역구 주민’이라는 이야기를 곳곳에서 들어왔는데, 이제 더 유명해진 정치인의 지역구 주민으로서 덩달아 사는 지역까지 더 유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동탄 주민 백현빈’, ‘화성 시민 백현빈’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 커다란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과연 인지도 높은 정치인의 지역구는 풍요롭고 주민의 삶은 나아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에 앞서, 정치는 누가 만들고 이루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오래 전 보았던 한 드라마의 대사가 떠오른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주인공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토론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청년들에게 대통령은 누가 만드는지 질문했다. 국민이 대통령을 만든다고 답한 청년에게, 그는 ‘투표하는 국민’이 대통령을 만든다고 말했다. 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하고 싶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지역의 정치인들도 ‘정치적으로 조직된 국민’이 만들어 간다. 어떤 선거든 투표장에 가서 한 표를 행사하면 ‘민주주의를 다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저 이미 주어진 선택지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온 것뿐일지도 모른다. 투표지에 나타나는 후보는 대부분 전 국민이 아닌 각 당의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은 사람으로 구성된다. 결국 유권자의 모집단은 전 국민이 아닌 각 당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조직을 가진 당원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러한 조직력의 기준이 정말 국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목적과 부합하는가이다.

 

화성 동탄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부분 지역은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분명 주민의 삶을 좌우한다. 민주화 이후 상상하지 못했던 계엄령으로 인해 모든 정국이 탄핵과 민주주의 수호라는 중대한 현안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상과 지역에서는 수많은 다른 변수들이 우리의 삶을 좌우하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면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아침의 피로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환경이 취약하면 집집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이사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지역 정치가 그러한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대부분 정당의 구조 속에서 정치에 소속된 사람들은 언제나 중앙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중앙에 권한이 집중되고 미디어의 시선이 쏠려 있다. 지역의 이슈와 활동들은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지역의 문제가 부각되기 어렵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수많은 노력들은 정치라는 책임 있는 권한을 수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긴 시간 지역의 시민사회 속에서 활동해 오며,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과, 지금의 정치는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현실임을 절감했다.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역을 살피는 정치인을 키울 시간에 지역에서 적당히 살다 불편하면 조용히 떠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쪽은 천정부지로 집값이 치솟고 한쪽은 침체를 면치 못하는 양극화된 부동산 시장에서, 소위 ‘상급지’로의 이사가 쉽게 가능할까. 만약 지역에 ‘정주’할 생각을 한다면 지역의 문제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역에 정주하며 봉사하는 시민들도 지역 활동을 여가 정도로만 인식한다면, 만약 재원이 부족해지거나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는 그 여가조차 누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당장의 여가만 생각한다면 모두와 적당히 잘 지내는 중립이 좋을 수도 있지만, 진정으로 삶이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과연 누가 지역부터 시민부터 살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상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 일상을 좌우하는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치가 그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면, 정치가 아니어도 시민의 힘만으로 충분히 변화를 만들 역량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정치가 우리의 일상과 지역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일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일 하루의 투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민의 조직된 힘’에 의해서 탄생한다. 우리의 지역과 주민의 일상이 먼저인 정치인을 선택하고 싶다면 지역과 일상에 근거한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새롭게 움직여야 한다. 과연 지역 정치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일까.

 

2025년 2월 4일 

백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