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초반에 갑상샘암에 걸렸다. 다행히 수술 후 빠르게 회복했다. 그날 그 기억은 십몇 년 전의 일이라도 어제처럼 선명하다. 의사가 내 앞에서 “암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였다.
전생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죄를 찾는 것이 얼마나 멀리 가는 일인지 알지만, 암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 마음의 무게를 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매일 최선을 다해 "두 번째, 세 번째 삶을 살아간다"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이렇게 내 삶의 고통을 고백하는 이유는, 요즘 다시 그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 개인은 한없이 행복하고, 긍정적이며, 순수하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다. 하지만 언론인이라는 직업 앞에서는 추상같은 냉정함과 날카로움을 발휘해야만 한다. 그게 아니면 언론의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의 고통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기자라는 더러운 직업 앞에서 내 마음을 매일 다잡지 않으면 안 된다. 글을 마치고 노트북을 덮을 때 느끼는 감정은 후련함과 속 시원함이지만, 동시에 이 글로 인해 마음 아플 사람들을 떠올리면 내 가슴도 아프고 쓸쓸해진다.
내 앞에는 이미 뒤로 갈 수 없고, 도망가 사라질 수도 없는 앞으로 가는 길만이 남아 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내가 여기 이렇게 외롭게 서 있나?”
세상이 돌아가는 일을 보고 있으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내 일신의 안위를 챙기려는 유혹은 곳곳에 널려 있다. 그런데도 나는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사명을 다할 뿐이다. 이것은 내 사명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결국,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라는 질문의 답을 매일 매일 찾아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