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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불편한 편의점

인생이라는 아이러니, 편의점에서 만난 뜻밖의 위로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편의점이 좀 불편하긴 하지'라며 무심코 넘겼던 것 같다. 그러다 책을 한참 읽던 중 문득 깨달았다. '이 제목, 참 묘하다.' '편리'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불편'하다니.

 

매사를 인생과 연결 짓는 것이 직업병인 신문사 사장이다 보니, 이 역설적인 제목에서 삶의 아이러니를 떠올렸다. 우리네 삶이 그렇지 않은가. 무엇 하나 명쾌한 것이 없다. 정답 없는 인생에서 무엇이 맞다고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은 갈수록 줄어든다. 깊이 파고들수록 결국 상대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괴리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평소 책을 읽다 웃음보가 터지는 일은 드문데,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몇 번이나 크게 웃었다. 작가 김호연의 유머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작중 등장하는 '참참참(참깨라면·참치삼각김밥·참이슬)' 조합은 분명 칼로리 폭탄이겠지만, 평소 참치 김밥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언젠가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게 만든다. 편의점 현장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디테일과 사실적인 묘사가 글의 생동감을 더한다.

 

이 리뷰가 신문에 실릴 만한 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잠든 새벽, 손길 닿는 대로 글을 써 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치유이자 힐링이기 때문이다. 서평의 구조는 글을 맺은 뒤 천천히 검색해 봐도 늦지 않다.

 

가장 마음을 울린 대목은 밥 딜런 외할머니의 이야기였다. “행복은 무언가를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다.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너는 그들에게 친절해야 한다.”

 

이 문장은 자연스레 나의 외할머니를 떠올렸다. 경북 예천 외가에 가면 할머니는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예뻐해 주셨다. 어른들 몰래 다락방에서 맛있는 과자를 꺼내 주시고, 내 손을 꼭 잡으며 "손이 어쩜 이리 곱냐"고 부러워하시던 분.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은 사랑의 결핍은, 어쩌면 내가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토록 충분했던 사랑을 잠시 잊고 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때로는 국제 정세나 전쟁 소식, 정치적 혼란 등이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뭐 어떤가.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며, 나는 이미 이 글을 쓰며 충분히 치유 받았다. 그거면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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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미담플러스 대표, 편집장 박상희 기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