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자 23명을 죽여도 가볍게 처벌받는 나라. 대한민국이 정말 기업 하기 좋은 나라임을
재차 확인시킨 아리셀 항소심 재판부의 반사회적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4월 22일 수원고등법원 형사1부는 아리셀(주) 폭발 참사와 관련하여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순관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4년,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해 징역 7년으로 대폭 감경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아리셀 참사는 2024년 6월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하여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중대 산업재해이다.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파견노동자였고, 다수가 입사 3~8개월 이내의 노동자였다. 비상구 미비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이행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명백히 기업의 이윤 추구 과정에서 안전을 외면한 구조적 참사이며, 사실상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아리셀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147건에 달했으며, 안전·보건 교육 미실시, 건강 검진 미실시 등으로 약 17억 9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 바 있다. 이러한 중대한 위반 사실을 고려하여 1심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수준의 형량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 유가족과 합의가 이뤄지고 일부 유가족이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대폭 감형한 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의 이런 설명이 1심 형량과 너무 차이가 날 정도의 감경 사유가 되는가?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판단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뒤로 한 법 기술과 말장난에 불과하다. 특히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중대한 참사의 책임을 감경하는 것은 결국 그동안 사법부의 퇴행과 반사회적인 판단을 근거로 한다는 순환 논리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중대재해 사건 다수가 집행유예 등 경미한 처벌에 그치고 있으며, 이는 예방 투자보다 비용 절감을 선택하는 왜곡된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어떤 이유로도 후퇴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양형 판단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가볍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중대한 문제이다.
온 나라를 분노와 슬픔으로 몰아넣었던 기업 살인에 내려진 오늘 선고는 과연 이 나라에 사법정의가 존재하는가?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이 참담함과 분노가 어디로 표출될지? 그 분노와 참담함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일터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안심하고 일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이번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엄정한 사법 판단을 확립할 것을 요구한다.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경영책임자. 실질적인 사업 소유자에게 강력한 처벌로 안전투자를 강제하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노동자의 생명보다 자본과 대형 로펌에 굴복하는 수원고법 형사1부 재판부의 선고를 거부한다. 우리는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6년 4월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기지역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