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우리 모임은 아리셀 참사 1심 징역 15년형을 4년형으로 감형한 수원고등법원 제1형사부 판결이 부끄럽다.
오늘 수원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신현일)은 아리셀 참사에 대한 2심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 박순관에게 선고된 1심 징역 15년 형을 파기하고 4년형으로, 운영총괄본부장 박중언에게 선고된 1심 징역 15년 형을 파기하고 7년 형을 선고했다. 재판장이 위와 같이 주문을 선고하는 순간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판결이 유가족들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부가 평범한 국민들의 상식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사고를 하고 있음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번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재판부는 ‘안전보건규칙 제17조는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과 그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 자체에 비상구를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 해당 건축물의 각 층별로 비상구를 설치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이 없는 이 사건 공장 3동 2층에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장해석’이라는 이유를 들어, 아리셀 3동 2층에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번 참사와 최근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참사에서 보았듯이,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화재가 다른 층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비상구는 각 층별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위험물질을 취급하지 아니하는 일반 건축물을 보더라도 비상구는 각 층별로 두고 있는데, 어째서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건축물에는 층별로 비상구를 둘 의무가 없다고 보았는지 그 논거를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재판부는 ‘비상통로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규칙 등에 아무런 정의규정이 없어 그 개념을 확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화재발생시 모든 문이 자동으로 개방되어 통행이 가능하였고, 대피 경로로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통행에 장애가 될 정도로 막혀있었다거나 좁았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을 들어 비상통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지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지 않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금지되는 행위를 알 수 있을 정도라면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6헌가3 결정). 이 사건 참사로 사망한 21명의 노동자들은 대피를 하고 싶었지만, 리튬1차전지가 폭발하고 있는 위치가 출입구를 막고 있어서 작업장 한 구석에 갇혀서 사망한 것이다. 기록상 이런 사정이 명확하게 드러남에도 비상통로 유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재판부는 양형에 있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아리셀 대표이사인 박순관이 중처법 시행령 제4조 제1, 3, 4, 5, 8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고 이렇게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전혀 수립되지 않은 것이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원인이라고 인과관계까지 인정하였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위험성을 외면하고 이익추구에만 몰두하였다거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완전히 방치하였다고는 보이지 않았다’라고 하였다.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수립되지 않아서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음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안전을 완전히 방치하지 않았다고 인정해주는 모순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아울러 재판부는 ‘민사합의를 한 사실을 제한적으로 양형에 반영한다면 피고인으로 하여금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소극적으로 하게 하거나 급기야 이를 포기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라면서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사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이고, 자력이 충분한 피고인이 손해배상을 하지 않은 것이 곧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가중요소로 반영된다면 재판부의 위와 같은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의 1심 재판부가 ‘평소에는 안전을 도외시하며 비용을 아끼다가 사고가 발생해도 막대한 금전력을 동원해 합의하고 감형받는 세태’를 지적했음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애써 무시했다.
아울러, 편파적인 재판 진행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항소심 첫 기일부터,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들을 향해 소리치는 유가족들의 피맺힌 울음을 억누르고,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했다. 유가족들이 고의로 재판을 방해한 것도 아니고 피고인들의 뻔뻔한 변명을 참을 수 없어서 외친 것임에도 재판부가 이를 억누른 것이다. 그 이후에도, 오늘 선고기일에서까지 재판부는 법정에서 터져나오는 유가족들의 울음과 항의를 두고 ‘방청을 제한하겠다’, ‘유가족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감치하겠다’는 등의 태도를 보여왔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대리인들에게 ‘양형 이외의 법률적인 부분에 관하여 의견서를 제출하지 말라’라고도 지시했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것 외에는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법률의견서조차도 제출하지 말라는 것은 도저히 형사소송법상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비근한 예로, 윤석열에 대한 내란죄 재판에서조차도 우리 모임은 여러 차례 법률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고, 수많은 공익소송에서도 그래왔다. 이토록 피고인에게 우호적인 재판 진행을 한 결과, 피해자들의 마음을 찢어놓는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우리 모임은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에 참여하여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 눈과 비를 함께 맞아가며 싸워왔다. 오늘의 이 참담한 판결을, 오열하는 유가족을 앞에 두고 합리적으로 설명해낼 자신이 없다. 법조인으로서의 모멸감과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하는 판결문이다. 검찰은 이 부당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서 반드시 상고해야 한다. 아울러 대법원은 항소심의 법리오인 및 양형에 관한 판단을 바로잡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우리 모임은 아리셀 참사의 책임자들이 온당한 처벌을 받게 되는 그날까지 유가족들과 함께 싸울 것이다.
2026년 4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윤복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