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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피니언- 박태순대표의 세상 이야기- ‘묻지마’와 ‘정신질환’뒤에 숨겨진 것


신림동에 이어 서현역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언론에선 이 사건을 무차별 시민을 대상으로 벌어진 '묻지마 살인사건'이라 이름 짓고, 경찰청장은 이들 사건을 '테러'에 준하는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마약을 했는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연고가 없는 일반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묻지마 살인'이란다. 사람이 흉기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마른 하늘에 벼락 치는 것처럼 '우연한 자연현상'이라도 되는 것인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면, 그거야 말로, 거꾸로 개인적 원한이 아니라, 이 체제, 이 사회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 '사건' 아닌가? 무차별 시민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은 적어도 두 가지는 말하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만큼 분노와 원망이 가득 차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신 주변을 통해서는 해소할 길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니클라스 루만'식으로 말하면, '어느 체계에도 속할 수 없었던 인간'이고, '조르지오 아감벤'식으로 말하면, '희생양으로도 쓰이지 못할 정도로 버려진 인간들' 아니었을까?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유로 가득 차 있었으나, 이를 해소할 어떤 길도 찾을 수 없었던 인간들... 우리가 사람을 그렇게 방치하고 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복수극' 아닐까? 

 

또 하나는 정신 병력에 대한 의심이다. 정상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 말이다. 한번 물어보자. 정신병에 걸리면 사람을 죽이는가? 한국 내에는 적어도 수십만 명의 정실질환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 질환자들은 모두 잠재적인 살인자들인가? 정신병과 살인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만약 일부 폭력성을 가진 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폭력성이 곧 바로 살인이란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되는 것인가? 그런 환자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국가에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고, 정신질환자는 단순한 환자가 아니라, 비정상인이고, 사회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잠재적인 범죄자로 인식하고, 사건만 발생하면 1차적인 혐의자로 의심하거나 지목되는 사회, '푸코'식의 보이지 않은 감시와 처별이 존재하는 야만사회다. 

 

죽음에는 원인이 있듯이, 죽임에도 원인이 있다. 연고가 있는 살인보다 연고 없는 살인은 원인 없음이 아니라, 훨씬 많은 원인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연이어 벌어지는 젊은 세대의 무연고 살인극, 그건 그들이 환자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느새, 수 없이 많은 젊음들을 버리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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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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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플러스 대표, 편집장 박상희 기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