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그린벨트 아트 프로젝트
낡고, 닳고, 쌓이고
‘그린벨트’는 도시 주변의 녹지공원을 보존하여 개발을 제한하고 인위적인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연 파괴 및 훼손을 더디게 하기 위한 특정 구역이다.
이같은 ‘그린벨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자 역할은 도시와 자연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담당하며, 도시로부터 생성된 충격파가 자연으로 곧장 넘어가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경계를 두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오염시킨 걸 막기 위해, 다시 인위적인 공간(그린벨트)을 둔다는 건 어떤 주석(註釋)을 붙여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도시의 변화(진화)는 ‘찰나(刹那)’도 느리게 느껴질 만큼 급변하지만, ‘자연’의 변화는 서서히 그리고 느긋하게 모습을 변해가기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자연의 변화를 매시간으로 보기보단, 큰 토막으로 나눠 ‘낡고 닳고 쌓임’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낡고ߵ닳고’는 시간에 따라 특정 물질 등이 줄어드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줄어든다’는 것은 사라짐을 의미하는 ‘소멸’과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낡고 닳기까지 축적된 시간만큼, 그 부분이 다른 곳으로 에너지가 이동되었기 때문이다. 즉. ‘낡고 닳음’은 원래의 곳에서 또 다른 곳-시공간-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가진다.
다음으로 ‘쌓이고’는 앞(낡고, 닳고)에서 이동된 시공간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물질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때론 비물질 상태로 형체 없이 쌓일 수도 있다. 또한, ‘쌓임’은 누적된 시간을 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자연에서 낡고, 닳고, 쌓이는 동안 자연만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지역까지 많은 영향을 뻗친다. ‘그린벨트’는 자연은 살리지만, 그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개발 제한 등으로 많은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또한, 개발 제한이란 것은 농촌지역의 소외화 고령화를 부추기며, 한 지역을 ‘문화소외지역’으로 규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린벨트’는 도심에서 가까운 자연으로써, 원형이 보존된 자연을 통해 낡고, 닳고, 쌓인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치를 발하는 다양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낡고, 닳고, 쌓이고>는 도시와 자연의 균형⦁조화로움에 대한 탐구과정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지속 가능한 연대기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있다. 예술가들이 이러한 가치를 대상으로 부스러지고, 흩날리고, 퇴적되고, 증발하는 등 “자연이 주는 기다림”까지 표현의 매체로 삼으며, 각자의 시선에 잡힌 자연을 말한다.
- 2023 그린벨트 아트 프로젝트 자료 제공
미담플러스 박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