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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사로 평가하시라

박기자의 취재 수첩

2월 22일 화성시의회에 취재차 갔다가 ‘치마가 짧으면 남편이 싫어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동료 기자로부터 받았다. 내 치마는 그리 짧지 않다. 지금이 여름도 아니고 겨울이라 두꺼운 레깅스에 긴 부츠까지 신었고 무릎까지 내려 오는 치마에 스카프, 상의로는 재킷까지 걸쳤다. 메이크업을 못 해서 레드 립만 발랐고, 너무 수수한 거 같아 우아한 귀걸이와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었다. 어떤 사람은 나를 ‘패셔니스타’ 라고 부르기도 하고, ‘연예인 같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설마 50이 가까운 내가 정말로 예쁘진 않을 텐데 말이다. 

 

치마가 짧다는 소리를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불편해 계속 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인사도 안 하냐”라는 말을 들었다. 서 있으면 “기자가 서서 인사하는 거 보기 좋지 않다”라고 하고, “앉아 있으면 인사도 안한다" 라고 한다.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다행히 기사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나 보다 싶다. 유독 내가 뭘 입고 다니는지, 향수는 뭘 뿌리는지, 주량은 얼만지, 결혼은 했는지, 어떤 정치인, 언론사와 친한지, 궁금해한다. 나에 대해 멋대로 평가하는 사람들 때문에 내 영혼은 살짝 스크레치가 난다. 그럼에도 이제는 연륜이 생겨 그러려니 한다. 사람은 영혼을 가진 유일무이한 존재이며, 각자 존재의 이유가 있다. 존재하는 것 만으로 사랑 받아야 한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 그래서 내 눈앞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며 언제나 진심으로 대한다. 그저 그런 내 영혼의 작은 스크레치는 아름다운 음악만 들어도 괜찮아진다. 

 

내가 괜찮은 이유는 또 있다. 내가 할 일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기사 쓰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눈치 보지 않고 시민의 눈으로 질문하고 싶은 대로 질문하는 언론인, 더함도 뺌도 없이 사실 그대로 보도 하는 것, 그것이 내 할 일이다. 그 외의 일들은 중요하지 않다. 

 

기사로 평가하시라. 달게 받아들이겠다.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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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미담플러스 대표, 편집장 박상희 기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