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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괜찮아 미안해하지 마 !

수필가 김종걸 열 다섯 번째 이야기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이다. 창 가득 쏟아지는 하얀 빛이 온몸을 감싸며 포근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아, 얼마 만에 안겨 오는 따스함인가. 햇살 가득 담은 낡은 창문이 아침을 열어준다. 비상계엄 및 탄핵정국의 어지러운 시국으로 인하여 삶이 함몰되었던 걸 잠시 잊을 만큼 눈앞의 풍경들이 경이롭고 아름답다.


습관처럼 창가에 앉아 책을 뒤적이다가 이내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는 고독과 정적이 흐른다. 숨 막힐듯한 고요 속에서도 그림처럼 떠오른 그 마음을 기억하면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소중한 이가 아침에 나갔던 문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은 기적이었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가족의 존재를 다시 한번 깨달으며 평범한 일상에서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 기적이었는지를 되새긴다. 우리는 종종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결국 삶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 작은 순간에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삶의 순간이 포근하고 따뜻하다. 그렇게 살다 보면 하루하루가 기적이 되지 않을까.

 

지난해 가을, 생애 최초로 강동 구민회관에서 출판 기념회를 했다. 그날이 서울 강동구 사회단체의 행사가 많은 토요일이라서 출판기념회에 많은 사람이 찾아올까를 의심하며, 아침 일찍 가족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행사 장소인 강동 구민회관에 도착해보니 지인과 친구가 보낸 많은 화환과 화분이 반겨주었다. 행사 직전까지 지인과 친구의 전화와 메시지는 계속되었고, 축하 손님을 맞이하느라 바빴다.


아울러 행사 전날에는 경남 창원 및 전북 전주 등 지방에 거주하는 친구들로부터 축하 메시지와 함께 축하 장소에 참석은 못 하지만 마음만 보탠다면서 축하금을 보내왔다. 아울러 그날 행사가 여러 군 데 있어서 행사에 참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축하금을 보내온 지인도 있었다. 하지만 축하금이 상상하지 못한 거액이 입금되어 당황스러웠다.

 

하여튼 행사 당일 다른 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기념회를 축하해 준 강원대 경영대학원 서울분원 총동문회 임원님과 화성에서 새벽같이 달려와 축하의 자리를 함께한 화성 시민로스쿨 동문 및 한국문인협회의 작가님, 그리고 모든 지인과 친구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특히 없는 시간을 쪼개어 충북 충주 및 전북 익산, 충남 대전, 충남 아산 등 여러 지방에서 아침 일찍 달려온 작가님과 친구들이 있어 행사는 원만하게 잘 끝났다.

 

행사가 끝나고 감사 인사로 우선 문자를 보냈고, 전화로도 통화했다. 당시 전화 통화가 이루어진 대부분의 지인과 친구들은 다시 한번 더 축하한다는 인사를 했으며, 나 역시 고맙다는 인사를 또 했다. 그러자 지인과 친구들은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면서, 출판기념회에서 보고 느꼈던 서로의 그 마음을 꼭 유지하면서 잘 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번 보고 말 것도 아닌데 마음의 부담을 가지면 어떡하냐면서 "작가는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면 우리 모두에게 축하금을 돌려준 것이 된다"면서 전화 통화를 마쳤다.

 

나는 한참 동안 서서 그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당시 온 마음을 담은 책 출판을 통해서 친구와 지인들에게 소박하게 정담을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될 거라는 취지에서 출판기념회를 계획했는데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았나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친구와 지인들의 "작가는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면 우리 모두에게 축하금을 돌려준 것이 된다"라는 그 마음에 감동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가면서 무언가에 감동하면 사람은 그 일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지인과 친구의 그 마음에 감동한 이후 좋은 글의 소재를 찾아 늘 헤매었고, 일상에서 축하의 자리건, 슬퍼하는 자리건 여건만 되면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온 마음을 표현했다. 내 인생 여정에서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어 영혼에 기쁨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이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인심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일 외에는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가질 여유 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출판기념회를 통해서 이 세상에서 나누어 가질 마음이 없어서 못 나누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더불어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는 역시 배려와 역지사지의 마음이라는 큰 가르침도 받았다.

 

멋진 미모를 가진 사람은 보는 이의 눈에 기쁨을 주며,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은 받는 이의 영혼에 기쁨을 준다고 하지 않았나. 살아가면서 영혼에 기쁨을 주는 사람을 만나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의 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른다. 거짓이 없는 사실인 것,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감동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며, 멋있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그 마음 한 줌이 스며든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배려하면서 살아가리라. 겸손한 삶은 언제나 감사한 일뿐이니까.

 

◀ 김 종 걸 ▶

○ 격 월간지 〈그린에세이〉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협회, 경기한국수필가협회, 그린에세이 작가회 회원.

 

○ 작품집

수필집 : 〈울어도 괜찮아〉(2024)

공 저 : 〈언론이 선정한 한국의 명 수필〉(2022)

 

○ 수상

제17회 공무원문예대전(현, 공직문학상)수필부문 우수, 안전행정부 장관상.(2014)

제17회,19회 경찰문화대전 산문부문 우수, 경찰청장상 수상.(2016, 2018)

제4회 경기한국수필가협회 수필공모 우수상 수상(2021).

대통령 녹조 근정 훈장 수상.(2019)

 

○ 현장경찰로 34년 근무, 경정(警正)으로 퇴직하였다. 재직 중 모범공무원으로 국무총리 표창, 근무우수로 경찰청장 표창, 서울특별시장 표창, 서울, 경기지방경찰청장 표창 등 다수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