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사업장 노동환경을 개선할 지자체 차원의 노동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에서 제조업 상시업무에 불법파견, 위장도급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실제 필요 노동자수와 신고 노동자수의 차이를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인 불법파견 노동자 고용으로 만회하였고, 이는 안전교육 미비, 비상대피훈련 미비 등 안전보건에 있어 사업주 의미 회피로 이어져 결국 중대재해 참사가 발생하였다.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사업주를 계도, 지원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구제, 보호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제조업뿐 아니라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등 비표준적 고용관계가 확대되면서 이들에 대한 상담과 권리구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소규모사업장 안전보건체계 구축이 안전한 일터 지름길
화성시에 10인 미만 종사자 사업체는 2019년 기준 82.5%로 제조업이 가장 많이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사업장은 노동안전 및 보건에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건강센터를 만들어 소규모사업장 안전관리 및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이하 화노넷)은 시에서 근로자건강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거나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지자체 차원의 소규모사업장 안전보건관리 지원체계를 마련하여 소규모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피드백의 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사업장 스스로의 안전보건 역량을 강화시켜야 사업장 출입 권한이 없는 지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시 효율경영 주목적인 산업진흥원에 산업안전본부 신설
화성시는 아리셀중대재해참사 발생 5일 만에 산업진흥원에 산업안전본부 신설을 밝혔다. 8월 8일 산업안전본부는 고위험기업 안전진단과 안전관리,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산업안전 교육과 전문가 양성, 안전시설 구축지원 등의 역할에 대해서도 밝혔다. 산업의 발전과 진흥을 위한 기술개발, 성장, 효율경영을 주목적으로 한 조직에서 열악한 소규모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역량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공공영역의 독립된 노동안전보건 기구 설립되어야
사업장 안전보건체계 구축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안전보건체계를 만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 경영과 대치되는 요인으로 인식하는 사업주가 적지 않다. 사업주의 필요와 욕구를 앞서 수행하는 산업진흥원의 산업안전본부가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충족시키는 지역사회 안전보건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역할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중장기적으로 노동 현장에 맞는 지역사회 노동안전보건 증진을 주목적으로 사회적 힘의 역관계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공의 영역에서 독립적인 기구로 자리매김되어야 본연의 취지에 맞는 역할 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안전지킴이 위험작업 작업중지 권한 갖춰야
시는 산업안전지킴이도 발족해 화재나 전기, 유해물질 분야를 상시 점검하며 산업현장 컨설팅 등으로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 경기도의 노동안전지킴이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이들을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고용하여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점검을 나간다고 해서 안전이 담보되는 것이 아니다. 점검 나올 때만 하는 척하고, 피하면 넘어가는 악순환의 반복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이들이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위험작업에 대한 작업중지 권한 정도는 있어야 지킴이 사업의 의미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8월 12일
정경희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