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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리셀 희생자 가족, 7월 16일부터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 맞아

7월 16일 대책위 소식

 

참사 이십삼일을 보내는 7월 16일부터 아리셀 중대재해 희생자 가족들이 화성시청 합동분향소에서 직접 추모객을 맞이했다. 그간 희생자 가족들은 사과와 사죄는 뒷전이고 ‘개별 합의’에만 열을 올리는 가해자 에스코넥·아리셀과 맞서, 피해자 가족의 권리는 등한시하며 직계와 친족을 차별해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관계 당국에 맞서 싸우느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희생자 가족들은 ‘추모와 다짐’의 발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협의회’와 ‘대책위’의 활동과 계획을 전하고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직접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희생자 가족은 추모객을 맞이하기 위해 분향소에 모셔진 가족의 위패와 영정을 보자마자 다시 오열을 시작해 이를 바라보던 시민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불법 파견’, ‘위장 도급’을 가리기 위한 가해자 사측의 눈물 나는 ‘꼼수’

 

참사 이후 많은 언론 보도와 증언을 통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주된 원인이 ‘불법 파견’과 ‘위장 도급’에 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파견 업체인 ‘메이셀’의 대표 마저도 본인의 입으로 언론 앞에서 이를 실토한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 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에스코넥· 아리셀의 은폐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어제 경기도가 희생자 가족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피해자 유품 인수 의향 조사’ 라는 종이를 들고 와 참사 희생자의 유품을 전달받기 원하면 서명을 하라고 했다. 문제는 희생자들의 소속을 ‘메이셀’로 표기했다. 이는 이후 진상규명 과정에서 ‘불법 파견’과 ‘위장 도급’을 가리기 위한 근거 자료로 삼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위임장’을 하나 들이밀며 피해자 가족의 동의를 구하려 했다. ‘시민 보험’을 청구하기 위해 필요한 위임장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내민 위임장에는 ‘무엇을 위해 누구에게 위임하는지’도 적혀 있지 않다. 희생자 가족들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라며 “그간 가해자인 에스코넥·아리셀이 보인 행태를 보면 이 위임장이 어디에 어떤 용도로 쓰일지 모른다”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가해자인 에스코넥·아리셀은 이런 꼼수를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지난 1차 교섭 에서 합의한 대로 가해자측 실무자를 조속히 선정하고 2차 교섭에 나서야 한다.

 

‘추모와 다짐’의 시민추모제

 

정의당 당원 윤종환 노동자는 “부천의 작은 공장에서 일을 하며 다치는 것이 일상다반사인데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소식에 마음이 무너졌다. 다시 중대재해처벌법을 생각한다. 사용자와 정부여당은 처벌을 중심에 놓고 얘기하지만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것이다. 이번 참사도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참사다.” 라고 발언했다. 

 

문화노동자 임정득 님이 노래로 추모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김선종 공동소집권자는 “6년 전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님과 그 투쟁을 함께 하며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근데 지금 다시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서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중단시켜야 한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현장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 서서 함께 하겠다.” 라고 피력했다. 

 

고 김재형 님의 고모 유가족 김신복은 “우리 조카 4월 12일에 한국에 왔다. 그리고 6월 24일 목숨을 빼앗겼다. 이런 지경에 내몰린 피해자 가족의 심경을 어루만지기는커녕 그나마 유지되던 지원마저 끊는 한국의 행정에 분노한다. 이 심경을 어디 가서 말을 할 수도 없다. 이국땅에 일하러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주검으로 돌아온 이 참담한 심경을 헤아려 달라”라고 주장했다. 

 

아리셀 공장 옆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이상배 문화농업연구소 대표 농부는 자작시 ‘배터리의 분노’ 를 낭독했다. 

 

6월 논에는 모가 자리를 잡고 거침없이 생명을 뿜어낼 때

왠 죽음의 소식입니까?

리튬전지의 불은 소방수의 물총을 기름 삼아 비웃습니다.

배터리의 분노가 얼마나 컸으면 23명의 시신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여버렸단 말입니까?

천지 가운데 가득한 생명의 신이시여!

신이 굶주리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참사가 한국사회에서 끊이지 않습니까?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제물이 되어야 당신의 허기는 그치겠습니까?

배터리가 생명이 된 세상을 만들어가는 추악한 신이시여...

인간은 한 조각 연기로 사라집니다.

 

6월 밭에는 심겨진 콩대가 힘차게 하늘을 향해 생명을 들이밀 때

왠 죽음의 이야기입니까?

한걸음에 달려간 송산장례식장에는 21번, 16번, 11번, 6번, 23번만 쓰여있습니다.

배터리의 분노가 얼마나 컸으면 평생 불려진 이름이 수수께끼가 됐습니까?

에덴 정원에서 무수한 생명에게 이름을 부여하게 한 생명의 신이시여

인간의 이름을 시샘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참사가 한국사회에 끊이지 않습니까?

얼마나 더 많은 이름이 제물이 되어야 당신의 허기는 그치겠습니까?

IT가 생명이 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악한 신이시여...

인간은 한 조각 암호로 숨습니다.

 

6월 포도원에는 굵직한 포도알이 황소눈알처럼 번들번들할 때

왠 죽음의 굿판입니까?

샤리피, 무슬림, 바카, 아반타이, 이골, 호라이라, 소이끗

공장일 하지 않는 주말마다 온 포도원 동반자들에게 안부 전화를 합니다.

아리셀에 가지 않았다는 말에 안도하면서도 기뻐할 수 없는 슬픈 사회여

하청노동자의 분노가 얼마나 컸으면 꺼지지 않는 불이 되어 이름조차 불사르는가?

노동하지 않는 한국사회여

불편하고 힘들고 위험한 노동을 천시하는 한국사회여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불법으로 점철된 반인륜적 한국사회여

돈이 생명이된 세상을 만들어가는 죽음의 신이시여 즐거우신가?

인간은 한 조각 부품으로 팔립니다.

 

김병철님, 최은미선님, 김남협님, 채춘효님, 이향단님, 뢰려연님, 김지현님

디지털강국 대한민국의 희생양이십니다.

디지털의 비인간성을 일께워주소서.

 

김재형님, 이미란님, 엄정정님, 최은화님, 강순복님, 강금복님, 이해옥님

죽음 강국 대한민국의 제물이십니다.

천박한 돈을 비웃어 주소서.

 

김금실님, 별려매님, 박영화님, 김광연님, 주이님

노동의 소외를 온몸으로 불태워 살신성인하신 노동자이십니다.

부활하소서.

 

숨쉬기 어려운 한국사회에 생명의 숨결이 되어 주소서

공장마다 농장마다 생명이 생명 대접받는 세상으로 부활하소서!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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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미담플러스 대표, 편집장 박상희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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