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을 비롯한 희생자 가족들은 참사가 빚어진 지 보름 만에 국가의 공식적인 브리핑에 큰 기대를 걸고 참석했으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속담을 증명하듯 7월 8일 경찰의 브리핑은 유가족들의 기대와 바람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참사가 빚어진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들 외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없다. “수사 중인 사안이기에 공개하기 어렵다”, “회사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을 준비하는 관계로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라는 등 중대재해 참사가 빚어질 때마다 소위 관계 당국에 의해 나오는 익숙한 답변 밖에 듣지 못했다. 

7월 8일 경찰 브리핑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아리셀이 지난 2021년부터 2024년 참사가 빚어지기 전까지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형태의 사고가 4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폭발을 피해 간 사무동 건물에서 고용관계와 사용자의 의무 불이행 여부를 밝혀낼 자료를 압수수색을 통해 충분히 확보했다는 것과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상, 치사의 혐의로 3명을 입건, 고용노동부가 1명을 입건했다는 것 정도이다.

7월 8일 브리핑에는 고용노동부가 참석해 동일한 브리핑을 진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우리 브리핑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참여하는 관계로 오늘 브리핑을 연기한다”라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를 겨냥하며 브리핑에 불참했다. 

‘협의회’와 ‘대책위’는 “오늘 브리핑에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지만 그나마 경영책임자인 에스코넥·, 아리셀 대표이사가 이전의 중대재해 사건과 다르게 빠르게 입건이 되고, 경찰이 이러저러한 내용과 형식의 아쉬움은 있지만 피해자 가족 앞에서 공식적인 브리핑을 진행한 것에 대해 존중한다.”라며 “경찰을 위시한 고용노동부 등 범정부 합동수사본부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조사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피해자 가족에게 구체적으로 상황과 진척의 결과 등을 숨김없이 보고하고 피해자 가족 당사자의 의견과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피해자 가족 지원 유지를 위해 화성시에 면담 요구했다. 재작년 화일약품 중대재해 참사를 통해 화성지역에 결성된 ‘화성노동안전네크워크’가 7월 10일 지원이 종료되는 직계가족을 제외한 희생자 가족 지원의 연장을 위해 화성시와 화성시장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이에 화성시장은 “면담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고, 대책위는 화성시 담당 공무원을 통해 관련한 요구를 전달했다. 

대책위의 요구는 △10일로 중단되는 친족에 대한 지원을 시차원에서 고려해 달라. △유가족과의 협의를 제대로 하라. △행정과 소통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소통이 되는 담당자가 필요하다. 이다. 

화성시장과의 면담 불발로 7월 9일 불가피하게 기자회견 등 이와 관련한 대응 활동이 있을 것이라 전했다. 

반면 화성시장은 7월 8일 언론을 통해 “유가족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말에 책임을 지기 바란다. 

7월 8일 저녁 7시 폭우 속에도 멈추지 않는 추모와 다짐의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발언자로 나선 더불어숲 동산교회 이도영 목사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이 없으면 이 사회가 돌아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느님께서 이 고통을 듣고 있다. 하느님은 모든 무고한 자들의 소리를 듣고 응답하신다. 하느님은 반드시 악을 들어내고 심판한다. 피의 호소에 보응하신다.” 라고 발언했다. 

산재피해네트워크 ‘다시는’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세상이 달라진다.”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책임은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법 제정 이후 3년간 적용 유예된 결과다.”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힘을 내달라. 함께 하겠다.” “잘 쉬셔야 한다. 그래야 힘내서 싸울 수 있다.” “이번 참사 한익스프레스 참사와 너무 똑같다. 힘드시겠지만 많은 이들이 함께 한다. 공감하며 연대하겠다” 라고 발언했다. 

화성시민신문 대표이자 시인 이덕규는 추모시, 초혼문을 낭독했다.

민주노총 수원용인오산화성지부 의장 김형삼은 “아리셀 참사 이전에도 6월 한 달 동안 화성에서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이 죽었다. 근본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다. 불법파견이 일상화된 죽음의 현장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불법에도 처벌을 받지 않는데 어떤 사업주가 사용자의 책임을 다하겠는가? 지방정부도 이 책임에서 비껴갈 수 없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시의 행정을 규탄하며, ‘협의회’‘대책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나가자” 라고 발언했다.

유가족을 대표해 고 김재영 님의 고모 김신복 님은 “하루하루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내일 모래가 되면 직계가족을 제외한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이 끊긴다. 너무 고통스럽고 막막하다. 화성시와 화성시장은 그동안 우리에게 약속한 것들을 반드시 지켜라. 반드시 진상을 밝혀달라.” 라고 발언했다. 

자료 제공 - 아리셀 중대 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