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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앞으로 어찌 살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현장에서 49재 치러

 

8월 11일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벌어진 지 49일째다. 참사로 희생당한 23명의 노동자는 화성 전곡 아리셀 참사 현장에서 오전 11시 49재를 올렸다. 49재는 고인이 이생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내세를 기원하는 의식이지만, 일요일 진행된 49재는 참사 이후 유가족 입장에서는 어떤 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이를 마주하는 희생자 가족의 심경은 어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책위는 “이번 49재는 끔찍한 참사의 현장에서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가슴에 품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한편 희생당한 가족 앞에서‘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약속을 지키기 위한 다짐의 의미로 치렀다”라고 밝혔다.

 

 

이날 49재는 대책위 박세연 공동집행위원장, 대책위 양한웅 공동대표가 진행했다. 행사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먼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의 여는 발언이 있었다. 양경수 위원장은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떠나간 이의 명복을 빌기도, 남아있는 우리의 삶을 다시 열기도 불가능하다. 49일이 지나도 왜 이렇게 우리를 모질게 대하는가? ‘진상을 규명하겠다. 책임자를 처벌하겠다. 원인을 찾고 근복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 하지 않았나? 늘 희생자는 억울하고 그 가족은 진실을 쫒아야 하는가? 23개의 우주가 사라졌다. 당연한 상식을 쟁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저항하고 있다. 함께 해 주십시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승리하자”라고 발언했다.

 

 

유가족 김태윤 공동대표는 “참사 현장에 세 번째로 왔다. 올 때 마다 피가 거꾸로 뒤집어진다. 49일이 되도록 어떠한 문제도 해결되고 있지 않다. 저희는 매일 고통 속에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이 악물고 싸우고 있다. 공장 철재 휘어진 거 볼 때마다 아픕니다. 이 건물 안에서 1000도가 넘는 화마 속에서 고통 속에서 죽어간 가족을 생각하면 너무나 억울하고 치가 떨린다. 아리셀 박O관 대표 뭐하고 있습니까? 23명의 가족을 죽인 가해자는 우리 앞에 단 한번도 나오고 있지 않다. 리튬은 위험 유해물질이기 때문에 콘크리트에 소량 보관해야 한다고 한다. 이 건물이 콘크리트 입니까? 출입구에는 35000개의 리튬 밧데리가 적재되어 있었다. 사고 당시 CCTV를 보면 이게 왜 위험한 지도 모르고, 일반 소화기로 끄려고 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들은 리튬 폭발 화재를 끄기 위해 일반 소화기로 진화하다 비상구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다 40초 만에 폭발했다. 일용직으로 일했던 분들은 이 공장에서 무엇을 만드는지 어떤 안전 교육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49일이 되도록 뭐하고 있는가? 3년간 죽음의 공장에서는 4차례 폭발이 있었다. 이 참사 막을 수 있었다.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왜 우리 가족이 죽었는지 알아야겠다. 유가족이 추천한 사람이 민관 합동 조사에 참여하여 죽음의 진상을 알려야 한다. 아무것도 우리는 알고 있지 못하다. 언론을 통해 모든 내용을 듣고 있다. 에스코넬 아리셀 대표 1차 교섭 때 "왜 죽었는지 자료를 달라"라고 했다. 그들은 "수사중이다. 불에 탔다" 라고 변명하며,  그 이후로 나오지 않고 있다. 개별적으로 민사 합의를 하려고 말도 안되는 합의안을 가지고 만나고 있다. 그 내용도 어처구니가 없다. 지들이 일 시키고 죽여놓고 협박하고 있다. 몇 푼의 민사 합의가 아니라 왜 우리 가족이 죽을 수 밖에 없는지 그것을 알고 싶다." 라고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진상을 규명하라““박O관을 구속하라” “피해자 권리 보장하라”“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최도은의 노래로 5분간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추모 공연이 있었다.

 

이어 재난참사피해자연대 황옥철의 연대 발언이 있었다. 황옥철은 “아직까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영혼이 평온이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책임자는 방송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유가족에는 사과 하지 않는가? 광주학동참사, 오송지하차도참사, 화성아리셀참사 모두 관공서의 관리 소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민원인 몇 명이 귀찮게 한다고 해서 유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줄 것을 촉구한다. 유가족을 위해 지원하는 재정은 차후에 가해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해서 받아내라. 행정적 번거로움을 핑계로 직무 태만이다. 지치지 말고 힘내시라”라고 발언했다.

 

산재피해자가족 ‘다시는’의 김용균 재단 김미숙 대표는 “순식간에 돌아가신 23명 모두가 좋은 곳에 가시길 바라며 명복을 빕니다. 한마디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 보내는 것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먼저 겪은 유족으로서 어떤 위로를 건낼 지 착찹하다. 산업재해로 먼저 죽어간 유족을 원망했다. 그 유족이 싸웠더라면 우리 아들도 죽지 않았을 텐데.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잃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아리셀 유족들도 이렇게 위험한 줄 알았더라면 한국으로 돈 벌러 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한탄하지 않았을까? (먼저 간 이들도) 진상 규명 없이 이대로 끝내는 것은 절대로 바라지 않을 거라고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도 62일 만에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 정의로운 싸움에서 끈질긴 놈이 이긴다. 힘이 있는 거대한 사측과 싸워 보지도 않고 통한의 세월을 보낼 수는 없다. 앞으로도 이길 때까지 싸워달라. 올바른 길을 만들어 가라. 결국 동료 이주민의 생명 가치를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이 길이 조금이라도 억울함을 풀었으면 한다.”라고 발언했다.

 

 

2부에서는 11시 30분부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49재 의식이 있었다. 20분 동안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의 49재 의식이 있었다. 그 후 유가족은 고인이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하나씩 올리며, 한 명씩 국화꽃을 영정에 바쳤다. 함께 모인 유가족은 구호를 외치고 마무리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유가족은 “앞으로 어찌 살지” 라고 발언하며, 울면서 대책위 버스에 올랐다.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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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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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플러스 대표, 편집장 박상희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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